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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승부수]한국거래소의 가상자산 ETF, '게임체인저 vs 시한폭탄' 기로에 섰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발언으로 점화
자금 유입 확실…‘잘못된 시그널’ 우려도

[FETV=이건혁 기자] 한국거래소가 ‘가상자산 ETF’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 들면서 국내에서도 제도권 편입 논의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현물 ETF를 허용한 뒤 자금 유입 효과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가격 변동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맞선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 정 이사장은 당시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투자자 신뢰 확보 △혁신기업 육성과 산업구조 전환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 등을 핵심 과제로 언급했다.

 

 

특히 글로벌 자본시장 변화 대응과 관련해 정 이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우리 시장 거래의 편의성과 매력도를 제고하겠다”며 “디지털 금융 전환을 준비하며 가상자산 ETF, 선물 등 신상품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가 허용된 사례가 있다. 허용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홍콩·영국 등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글로벌 투자 흐름에 발맞춰 제도권 상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자금 유입 효과를 근거로 드는 목소리도 있다. 2024년 1월 가상자산 ETF를 승인한 미국은 상품 상장 이후 2024년에만 354억 달러(51조2450억원), 지난해 12월까지 231억 달러(33조434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10월 이후 가격 조정 국면에서는 56억 달러(8조1054억원)가 빠져나가는 등 유출 흐름도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는 가상자산 ETF를 통한 자금 유입 효과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제도권 시장에서 가상자산 연계 ETF가 거래되면 기초자산 가격 정보 제공, 시장 감시, 투자자 보호 체계 적용 등 규율 틀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까지 일평균 거래규모가 6조원을 넘어설 만큼 투자자 참여가 확대된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제도권 편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에서 가상자산 ETF가 허용되면 기업·금융기관이 더 쉽게 가상자산 현물을 거래해 시장의 발전과 성숙을 기대할 수 있다”며 “김치 프리미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원화거래소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문제를 말한다. ETF를 통해 합법적 재정거래가 진행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가상자산 ETF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지만, 이후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고 관련 법안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행도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가상자산 제도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국내 시장의 특성을 개선하고 잠재 리스크를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투자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역시 남는다.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제도권으로 편입할 경우, 투자자에게 가상자산이 ‘검증된 자산’이라는 섣부른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확실치 않아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