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계열사가 롯데지주에서 호텔롯데로 변경됐다.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중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지배구조 상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2월 10일 시설자금 확보를 위해 277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중 롯데지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2216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롯데지주 80%, 일본 롯데홀딩스 20%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지분비율에 맞춰서 롯데지주가 2772억원 중 80%, 나머지 20%를 롯데홀딩스가 출자하려고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12월 26일 이를 정정공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발행하는 신주는 기존 397만8212주에서 387만4778주로 줄었고 이에 따라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규모도 2772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배정받은 주주가 변경됐다.
정정공시에 따르면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 결과 발생한 실권주로 신주의 수와 자금조달액이 변경됐고 실권주 318만324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사회 결의를 통해 307만6890주는 호텔롯데에 배정하고 10만3434주는 미발행 처리하기로 했다. 호텔롯데가 출자하는 자금 규모는 2144억원이다.
이를 보면 롯데지주에게 배정된 몫이 호텔롯데로 넘어갔다. 롯데지주의 개별기준 올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96.4%다. 이 가운데 지난해와 같이 올해에도 현금흐름 중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종속기업·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주식의 취득과 파생상품거래 정산으로 인한 현금유출액 항목에서 대부분의 유출이 이뤄졌다. 이러한 롯데지주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차원에 호텔롯데를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보면 유통의 롯데쇼핑, 화학의 롯데케미칼, 식품의 롯데웰푸드도 존재한다. 다만 롯데쇼핑, 롯데웰푸드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롯데케미칼은 적자경영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같은 기간 호텔롯데의 영업이익은 1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여기에 최근 18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모두 상장사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롯데쇼핑은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 달성을 목표했다. 롯데웰푸드는 2028년 매출 5조5000억원, ROE 8~10%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러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올해 수익성 약화에 따른 주주의 불만이 표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2026년 정기인사에서 롯데쇼핑과 롯데웰푸드 대표가 변경됐고 이에 따른 이사회 재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로서는 결손금이 누적되는 가운데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조달이 필요했다. 이에 반해 재편이 예고된 상장사 롯데쇼핑·롯데웰푸드 이사회에서 대규모 출자를 결의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지주로서는 출자를 대신할 계열사로서 비상장사인 호텔롯데가 적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호텔롯데는 롯데호텔,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대표와 호텔사업부 글로벌본부장, 호텔롯데 법인지원부문장 총 5명이 이사회 사내이사로 자리했다.
각 사업부 대표는 정기인사에서 유임됐고 호텔사업부 글로벌본부장이 퇴임했다. 다만 2026년 초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는 사내이사로서 자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롯데홀딩스로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에 무리가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측은 26일 이사회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투자 안건을 의결했고 이에 따라 2144억원을 투자해 지분 19.07%를 취득한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가 시니어 사업 분야의 전략적 시너지를 제고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봤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선별적으로 진행된 지분투자”라며 “숙박과 서비스라는 호텔업 본연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전반 균형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