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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키워드-기술특례상장] 부풀리기 상장 후 실적은 바닥, 코스닥 신뢰 ‘흔들’

5년간 기술성장기업 상장 157개 중 92개 공모가 하회
금융위, ‘신속 상장폐지’ 카드 꺼내며 혁신 방안 발표

[편집자 주] ‘푸른 뱀의 해’로 불린 2025년 을사년, 국내 산업계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크고 작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FETV는 주요 산업별로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업계가 어떤 선택과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FETV=이건혁 기자] 증권가에선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 괴리와 공모가 하회 사례가 잇따르면서, 코스닥의 혁신 통로로 평가받던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졌다. 특히 파두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신속한 상장폐지’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장에서는 주관사 책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성장기업으로 특례상장한 기업은 170개다. 2021년 31개 상장에서 지난해 42개로 늘어났지만 올해는 34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특례상장 기업 가운데 공모가 대비 주가가 낮은 곳이 늘면서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은 실적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혁신기업은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제도다. 일반 상장과 달리 일정 기간의 이익·매출 등 재무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외부 전문기관의 기술평가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면 공모할 수 있다.

 

다만 상장 단계에서는 아직 사업이 자리 잡지 못한 경우가 많아,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되는 순이익·매출 등 미래 재무지표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은 만큼 내·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장 당시 주관사가 제시한 전망과 실제 실적이 크게 어긋날 경우 투자자 반발로 이어지기 쉽다.

 

대표적인 사례로 파두가 거론된다. 2023년 코스닥에 상장한 파두는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아 공모가를 3만1000원으로 정했고, 2024년 948억원, 2025년 1900억원까지 당기순이익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024년 90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이에 투자자들은 ‘뻥튀기 상장’이었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에 나섰다. 18일 검찰이 파두 경영진을 기소하면서 19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파두는 공시를 통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파두가 상징적 사례로 거론되지만,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내내 이어졌다. 최근 5년간 특례상장 사례 중 156개 기업의 평균 공모가는 1만7143원이며, 이달 19일 종가 기준 평균 주가는 2만4504원이다. 평균치만 보면 공모가 대비 수익이 발생한 셈이지만, 공모가 1만원에 상장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45만원대까지 급등하는 등 일부 종목의 성과가 평균을 끌어올리며 ‘착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부적으로 보면 92개 기업의 최근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2022년 7월 삼성증권 주관으로 공모가 3만4000원에 상장한 아이씨에이치는 19일 종가가 1306원에 그치는 등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사례가 누적되자 금융위원회는 파두의 매매가 정지된 19일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이 꺼낸 핵심 카드는 ‘신속한 상장폐지’다. 앞서 7월 상장폐지 절차와 기간을 단축한 이후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 건수는 38건으로 최근 3년 평균(15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상장폐지 심사 담당 부서를 확대하고,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상장폐지 유예기간 중 심사받은 기술과 무관한 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변경하는 경우도 상장폐지 심사 사유로 추가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필요한 조치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를 없애야 했다”며 “도태되는 기업은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모가에 따라 주관사의 수수료가 달라지는 구조를 고려하면, 주관사의 책임 소재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