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전기차 확대에 속도를 내왔던 현대자동차가 연말 들어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병행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EV(전기차)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요 둔화와 수익성 변화를 반영해 차종 구성과 판매 전략을 조정하는 흐름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그동안 업계 전반의 전망으로 거론돼 왔지만, 연말 들어서는 전략 조정이 실행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단기 실적과 수요 변화를 반영해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전환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연말을 기점으로 완성차 전략의 무게중심 변화가 뚜렷해졌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전동화 기조는 유지하되 판매 전략은 멀티 파워트레인으로 유연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대비 수요 변동성이 낮고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단기 실적 안정 수단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DART 공시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확인된다. 현대자동차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시장 대응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제고하겠다고 명시했다. 전동화라는 큰 방향 아래에서, 판매 전략과 자원 배분은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의 '높은 마진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는 보조금 축소와 판가 경쟁으로 수익성이 정체된 반면,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원가 부담이 적으면서도 내연기관 대비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II)을 탑재한 신형 팰리세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RV(레저용차량)와 하이브리드 결합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전동화 전환기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HEV(하이브리드)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종별 평균 판매가격 흐름에서도 수익성 중심 전략이 확인된다. RV(레저용차량)와 대형 상용차를 중심으로 국내외 평균 판매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차종에 무게중심을 둔 판매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비중 확대보다는, 당장 실적 기여도가 높은 차종을 활용해 변동성을 관리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략 조정이 전동화 기조를 접기보다는, 전환 과정에서 단기 변수를 관리하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중장기 방향은 유지하되, 하이브리드 병행을 통해 수요 공백과 수익성 변동성을 완충하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