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올해 2·3분기 합산 대미 수출 관련 누적 관세액이 4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한·미 간 협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완성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어 내년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양 사는 관세 영향으로 각각 1조8210억원, 1조234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두 기업 합산 시 약 3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선 2분기에도 양사는 관세와 관련해 각각 현대자동차 7860억원, 기아자동차 82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올해 누적 관세 영향은 4조6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은 양 사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 103만대 중 약 24.9%에 해당하는 25만대가 미국 시장 판매로 집계됐다. 기아자동차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의 45.3%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수출 의존도로 인해 고율 관세가 실적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고율 관세 충격은 실적에 즉각 반영됐다. 현대자동차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6조7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5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2% 감소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연결기준 매출은 28조68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4620억원으로 전년비 49.2%로 대폭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양사 모두 8% 이상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올해 3분기에는 5%대에 머물며 수익성이 약화됐다.
다만 4분기 이후 관세 인하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실적 반등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9일 한미간 상호관세 합의가 사실상 타결되면서 완성차 및 부품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될 전망이다. 완성차 관세 인하 논의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이미 합의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3분기까지 기존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았고 해당 비용 실적에 반영됐다.
김승준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 전무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실제 영향 관세 인하 영향은 12월부터 이어질 전망"이라며 "본격적인 실적 영향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실적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 관세 손실 기준으로 관세율 25%를 15%로 낮춰 단순 환산하면 현대차는 약 7284억원, 기아는 약 4936억원으로 기존 대비 약 4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관세율로는 10%포인트 수준의 인하지만 수치로 보면 기존 부담의 약 40%가 줄어드는 구조다.
시장에서도 내년부터 관세 인하 효과가 전 기간 반영될 경우 연간 수천억원대 실익이 현실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세 완화에 더해 하이브리드·EV 등 고수익 차종 중심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어 양사의 영업이익 회복세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관세 인하 효과는 단기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출 단가 경쟁력 제고와 마진 압박 완화 등 구조적 개선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승주 현대자동차 부사장도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예측 가능한 사업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금액 외적인 여러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관세 조정이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정상화를 앞당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년 현대차 영업이익은 13조원대, 기아는 11조원대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고환율 환경이 지속되더라도 관세 리스크 완화가 결합되면 완성차 업계 전반의 실적 반등 흐름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