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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현대건설, 연이은 자회사 ‘본드콜 사태’ 속 ‘美 원전 진출’로 반전 모색

폴란드·말레이시아 현장 본드콜 영향…향후 실적 하락 압력 높아질 듯
美 원전 시장 진출로 돌파구 마련…대형원전 4기 건설 기본설계 계약

[FETV=박원일 기자] 현대건설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증권업계가 예상한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었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본드콜(Bond Call)’ 사태가 향후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현대건설 실적 공시에 따르면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은 7조8265억원, 영업이익은 10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9.4%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678억원으로 같은 기간 69.1% 증가했다.

 

 

3분기 누계로는 매출액 23조28억원, 영업이익 5342억원, 당기순이익 3932억원으로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 0.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연간 계획 30.4조원의 75.7%를 달성함으로써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 대신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2137억원)와 2분기(2170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3분기 누적 수주는 26조1163억원으로 연간 목표 31조1000억원의 83.9%를 달성했다. 이라크 해수 처리 플랜트 공사와 인천 제물포역 도심공공복합 사업 등 경쟁 우위 중심의 사업지를 확보함으로써 3분기 말 현재 수주잔고 96조400억원을 기록하면서 약 3.2년치 일감을 비축한 상태다.

 

사실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증권업계 등에서는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사업 리스크, 즉 ‘본드콜’(Bond Call) 영향으로 실적이 급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었다. 본드콜이란 건설사와 발주처가 계약을 맺을 때 건설사가 일정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발주처가 (계약이행)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8월 폴란드 플라스틱 플랜트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발주처인 그루파 아조티(Grupa Azoty)로부터 약 1700억원(1억750만 유로) 규모의 본드콜을 당했다. 발주처는 공사 지연에 따른 계약상 벌금 약 1820억원(1억1180만 유로)까지 추가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에서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6월 현대건설과 공동 수행한 멜라카 복합화력발전소(2242MW) 프로젝트의 발주처 에드라 에너지(Edra Energy)가 약 1조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 본드콜을 요청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2022년에 완공됐으나 보증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서 잠재 손실 규모는 최대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해당 건에 대해 지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본드콜 사태는 단기간 내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현대건설의 그룹 차원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하지만 본드콜이 발생은 했으나 발주처나 금융기관과의 법적 다툼 과정이 남아 있어 손실 확정 여부에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따라서 4분기 이후에나 구체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본드콜이 확정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보증금 상환 등 현금 유출로 재무 부담이 커지게 된다. 보증 한도 축소 등으로 향후 입찰·수주 경쟁에서 타격도 있을 수 있다. 당연히 최대주주인 현대건설도 이에 따른 영향으로 주가 포함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현대건설은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의 입지 확대가 두드러진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24일 미국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복합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캠퍼스’ 내 대형원전 4기 건설에 관한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계약에 따라 대형 원전 4기 건설의 첫 단계인 ▲부지 배치 계획 개발 ▲냉각 방식 검토 ▲예산 및 공정 산출 등 기본설계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 재가동 사업의 EPC 파트너로도 참여해 홀텍과의 협력 하에 2조원 규모의 SMR 건설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내년 중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불가리아 원전 착공, 그리고 페르미 원전의 기본설계 계약 완료 후 EPC(설계·조달·시공) 전환도 기대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8월 중순 반기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본드콜, 원전 뉴스 부재로 인해 지난 3개월간 주가 흐름이 부진했다며 이번 페르미 FEED 수주를 시작으로 4분기 미국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 내년 1분기 불가리아 대형 원전 등 주요 수주와 착공 이벤트가 예정돼 주가 회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품질 중심 수주 전략과 철저한 원가관리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며 “대형원전·SMR 등 에너지 혁신 전략을 포함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해 글로벌 톱티어 건설사의 지위를 공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원전 외 플랜트, 데이터센터 등 비경쟁·고부가가치 초대형 사업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