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부동산 권리조사업체 리파인을 둘러싼 최대주주인 LS증권·스톤브릿지캐피탈과 2대 주주 머스트자산운용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바이아웃펀드와 행동주의펀드, 양측의 투자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이해관계도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FETV는 교환사채(EB) 논란부터 자본배치 정책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상반된 전략을 짚어본다. |
[FETV=박민석 기자] 코스닥 상장사 리파인이 성장세 둔화와 함께 행동주의라는 복병을 만났다. 사측은 보유 현금과 신규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B2C(기업대소비자)플랫폼 개발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머스트자산운용 등 일부 주주들은 주주환원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리파인은 2002년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사내벤처로 설립돼 2021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동산 권리조사 전문 업체로, 보증보험사나 권리보험사를 대신해 부동산 거래나 담보대출 과정에서 권리를 점검하고 위조·사기 여부를 가려내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 권리조사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파인의 주요 사업은 ▲전월세보증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서비스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전월세보증금 대출 권리조사료가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전월세보증금 대출 과정에서 리파인은 보증보험사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권리보험사로부터는 보증금 규모와 연동된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7월 말 기준 리파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47.96%를 보유한 리얼티파인이며, 2대 주주는 머스트운용이다. 리얼티파인은 LS증권과 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이 공동 출자한 사모펀드(스톤브릿지에쿼티오퍼튜니티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이창섭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매입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앞서 최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는 한국부동산원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다 지분을 매각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5년 7월말 기준 리파인 주주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9663407414_f2917c.png?iqs=0.11019166145832038)
특히 LS증권과 스톤브릿지는 리파인의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과 안정적인 성장·재무 여건을 감안해 일반수준을 넘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4일 공시에 따르면 LS증권은 이 전 대표 등으로부터 지분 34.05%를 1603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2만7159원)는 당시 1개월 평균 주가(약 1만4000원)보다 93% 높았다. 이는 통상 50~60%로 거론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꾸준한 성장·양호한 재무…“웃돈 낼 만했다”
실제 상장 이후 리파인은 전월세보증금 대출 증가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매출은 2022년말 511억원에서 2024년 678억원으로 4년새 15% 늘었고, 동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익도 각각 14, 16% 증가했다. 인건비·지급수수료를 제외하면 비용 변동이 크지 않아 영업이익률 또한 매년 30%대를 유지했다.
![2022~2024년말 리파인 주요 실적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9657224885_47e1dd.png?iqs=0.9817505691526675)
재무 상태도 양호했다. 상장 이후 부채비율이 10%를 넘은 적이 없고, 최대주주 변경 직전인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308억원으로 무려 총자산의 약 70%에 달했다. 더불어 교환사채(EB)로 전환해 지분 확대에 활용 가능한 발행주식수 대비 13.9% 규모의 자기주식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지불할 유인이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가 건실하고 현금 여력이 두텁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자사주까지 보유해 지배력 확장이 가능하다면 웃돈을 주더라도 확보하고 싶은 매물”이라고 말했다.
◇4년간 배당·소각 ‘제로’…쌓이는 잉여금, 커지는 불만
문제는 최근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여파와 전세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실적이 둔화했다. 실제 올해 리파인 상반기 매출액은 325억원, 영업이익은 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5%, 13.6% 감소했다. 여기에 ‘6·27 대출규제’로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축소되고 조건부 전세대출도 제한되면서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회사는 상장 전부터 준비해온 ‘집파인’ 플랫폼과 부동산 데이터 사업 등 B2C(기업-소비자 간)사업을 확대해 전월세보증금 대출 권리조사료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2021년 기업공개(IPO) 당시 연구개발비로 조달한 909억원 중 50%에 달하는 금액(429억원)을 지난해까지 신규 B2C 플랫폼 구축에 투입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장 후 주주환원도 전무했다. 상장 이후 리파인은 배당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고, 자기주식 소각 이력도 없다. 반면 배당과 신규투자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은 2021년 말 5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99억원으로 4년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 4월 최대주주가 리얼티파인으로 교체된 직후, 사측이 자사주 전량(발행주식의 13.9%)을 활용해 리얼티파인을 상대로 EB를 발행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어 리얼티파인이 3개월 만에 EB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배력을 높이자, 기존 주주인 머스트운용은 즉각 반발하며 지분을 9.8%까지 늘렸다. 지난 1일에는 EB 철회와 자본배치 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머스트운용은 리파인이 쌓아둔 자기자본을 환원에 투입할 경우 현재 10%대인 ROE를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머스트운용이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사측과 환원을 요구하는 행동주의의 니즈는 명확히 다르다”며 “낮은 지분을 극복하려는 행동주의는 통상 언론·법적 수단을 병행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