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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트러스톤운용의 블록딜…전략적 엑시트 신호탄?

OK캐피탈에 태광산업 지분 2.33% 넘기고 공동 보유 계약
할인 없는 블록딜로 300억 확보…공시 의무 줄이며 2년 뒤 엑시트 여지

[FETV=박민석 기자]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보유 중이던 태광산업 지분 일부를 OK캐피탈에 넘긴 가운데, 최대주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주주활동에 고전을 겪고 있는 트러스톤이 사실상 전략적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 18일 보유 중이던 태광산업 지분 2.33%(2만5970주)를 OK캐피탈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양도했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지분 매각가는 주당 115만5000원으로 당일 종가와 동일한 수준이다. 트러스톤은 이번 블록딜을 통해 약 300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로 트러스톤이 보유한 태광산업 지분은 2.96%로, OK캐피탈은 기존 보유 중이던 0.4% 태광산업 지분을 포함해 총 2.73% 지분을 확보했다. 또한 양측은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하고, 총 5.69%의 의결권을 트러스톤 주도로 행사하기로 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3월 31일까지다. 

 

 

트러스톤은 계약 체결 배경에 대해 "장기적인 주주활동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트러스톤이 운용 중인 태광산업 지분을 담고 있는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는 투자자들의 환매와 매도가 자유롭기에 특정 시점에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해당 기간 동안 지분 변동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 주주활동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러스톤측은 OK캐피탈을 계약 상대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OK캐피탈 측에서도 "단순투자 목적으로 계약은 건이며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OK캐피탈은 OK금융그룹 산하 금융회사로, 최근 KB·신한·하나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지분을 사들이며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할인 없는 블록딜…표면적으론 트러스톤 ‘득’

 

이번 트러스톤의 태광산업 지분 매각은 통상적인 블록딜임에도 불구하고 할인 없이 체결된 점에서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블록딜의 매각가는 시세 대비 10% 내외의 할인율이 적용되지만, 이번 거래는 당일 종가 그대로 체결됐다.

 

업계에선 매각가가 트러스톤과 OK캐피탈이 계약 과정에서 특정 조건에 대한 합의가 있었거나, OK캐피탈이 저평가 된 태광산업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결정된 금액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태광산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23배로 대표적인 국내 저평가 종목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보유한 자사주 비중만 24%에다 현금성 자산은 2조원, 부동산 등 비영업자산도 1조 가량 보유한 상황이기에 자본재배치 및 자사주 소각 시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계약에 따라 블록딜에 할인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계약 세부내용은 알 수 없지만, 매각가만 본다면 트러스톤에게 유리한 거래였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4년간 주가·배당 개선 못한 트러스톤…지분 넘기며 엑시트 초석?

 

일각에선 트러스톤이 맺은 이번 공동보유 계약이 향후 엑시트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OK캐피탈이 계약 기간인 2027년 3월말 이전에 중간에 계약을 파기하거나, 기간 만료 후 연장하지 않을 경우 트러스톤의 지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 경우 트러스톤은 대량보유 보고(5%룰) 의무가 사라지기에 장내 지분 매각이 한층 수월해진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특정 수익률 달성 시 엑시트 한다는 조항은 계약 내용 중에 없다"며 "게다가 OK캐피탈의 경우 지분투자 시 장기투자를 지향하기에 계약 종료 전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을 상대로 근 5년간 주주활동을 펼쳐왔지만, 주가나 배당금 확대 등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실제 트러스톤이 장내지분 매입으로 처음으로 5%이상 지분을 보유하게 된 2021년 6월 10일 태광산업 주가는 주당 129만9000원이었으나, 4년이 지난 22일 주가(종가 기준)는 107만5000원으로 오히려 17% 가량 하락했다. 주당 배당금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동일하게 주당 1750원을 유지 중이다.

 

 

물론 트러스톤측에선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사외이사를 태광산업 이사회에 진입시키며, 자사주를 활용한 EB(교환사채) 발행과 흥국생명 전환우선주 인수 등 주요 주주가치훼손 사례를 막는 성과를 내왔다. 하지만 태광산업 이사회에 포진된 최대주주 이호진 회장(지분율 29.48%)의 측근들이 액면분할 등 주요 결의안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오면서 주가와 배당 개선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트러스톤이 국내에서 의미 있는 주주활동을 펼쳐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회장의 간접적인 관여로 주가와 배당 상승을 위한 본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블록딜로 현금확보와 함께 공시 의무가 일부 완화되면서 시장 충격 없이 엑시트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