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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 파운드리, 1.4nm 시험라인 연기…2나노 수율·고객 확보에 ‘올인’

주요 고객 TSMC로 이탈…점유율 7.7% ‘주춤’
설계자산·조직문화 등 구조적 과제 해소가 관건

[FETV=나연지 기자]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그렸던 '1.4나노 미래 지도'가 흔들리고 있다. 공정 수율, 고객 신뢰, 설계 생태계라는 3중 난관에 부딪힌 삼성전자는 2나노 올인 전략으로 노선을 선회하고, 조직문화 혁신까지 병행하며 위기 탈출을 모색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 2공장에 올해안으로 구축할 예정이었던 '1.4나노미터(nm)' 시험 라인 설치 계획을 연기했다. 올해 말 양산에 돌입할 2나노 공정의 안정화와 수율 향상에 우선순위를 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이번 전략 수정의 배경에는 극심한 파운드리 업황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량이 줄었고, 삼성의 첨단 공정 수율 문제로 구글 등 주요 고객이 이탈했다. 특히 구글이 차세대 '텐서' 프로세서 생산을 TSMC로 전환한 사건은 삼성의 본질적인 경쟁력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내실에 초점 둔 ‘현실 노선’ 전환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부터 1.4나노 시험 라인을 가동하고, 내년에는 상용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수주 부진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공격적인 미래 투자 대신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2나노 공정 수율 개선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화성캠퍼스의 3나노 라인을 일부 2나노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테슬라와 퀄컴 등 고객사 물량 확보에 집중하는 등 시장 현실에 맞는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파운드리의 근본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은 단순히 수율 부진을 넘어선 설계자산(IP)과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부족이다. 반면 TSMC는 수율뿐 아니라 IP와 SW 생태계 구축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7.7%로, 전 분기보다 0.4%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TSMC는 67.6%까지 올랐다. 중국의 SMIC(6.2%)와 대만 UMC(4.8%)도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어, 삼성은 상위권 수성 자체가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TSMC는 ARM, 케이던스, 시높시스 등 글로벌 설계자산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 맞춤형 IP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으며, 개발자용 EDA툴과 시뮬레이션 플랫폼도 고도화해 고객 락인(lock-in)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와의 분리에도 불구하고 외부 고객 중심의 IP 생태계 조성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수율 개선만으로는 글로벌 고객사를 잡을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고객 맞춤형 IP 생태계와 SW 인프라 구축에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직문화 혁신 착수…"근본적 문제 해결 나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장기 경쟁력 회복을 위해 내부 점검과 조직문화 혁신 작업에도 착수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시스템LSI사업부에 이어 파운드리사업부까지 경영진단을 진행하며 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며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고, 도전과 몰입의 조직문화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개발조직 구조개편과 외부 전문가 영입 등 실질적 변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미세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파운드리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인 수익 확보를 넘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라인 투자 연기 이상의 ‘비즈니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P·SW 등 설계 인프라 구축, 글로벌 고객 맞춤 조직개편, 파운드리 전용 생태계 확대가 동반되지 않는 한 삼성의 반등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