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감사원이 600억원 규모의 스페인 투자 펀드를 공제회 임원의 리베이트 통로로 거론하면서 관련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펀드 구조상 LP인 공제회가 펀드 운영에 간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LP의 간섭을 운용사가 알았다면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OEM 펀드나 다름없고, 아무도 모르게 진행한 개인만의 비위라고 하더라도 관리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펀드는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건근공)와 군인공제회가 공동으로 출자해 2019년 8월 만들어진 사모펀드다.
스페인 한 침대 제조사의 오피스·생산시설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달 감사원의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 실태' 보고서에서 전 건근공 투자운용본부장(CIO) A씨가 이 펀드를 통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감사원은 A씨가 2019년 건근공 자금 300억원을 투자한 뒤, 현지 대출 주선 브로커인 씨캐피탈을 통해 자신의 차명회사로 수수료를 수취한 것으로 조사했다.
FETV는 펀드 구조도를 입수, 해당 관련사의 입장 등을 들어봤다.
◇문제된 스페인 투자 펀드 구조는
문제의 펀드 구조는 일차적으로 국내 증권사에서 펀드 총액인 600억원을 총액투자한다. 증권사는 이 600억원 어치 수익증권을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으로 건근공과 군인공제회 등 LP들에게 각각 300억원어치씩 다시 넘긴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긴다.
모여진 600억원의 투자 자금은 GP인 국내 운용사를 통해 스페인 현지 특수목적법인(SPV)Iberplaza S.L.U.에 출자됐고, 현지 SPV는 현지 은행(산탄데르은행)에서 540억원을 추가로 차입했다. 결과적으로 총 1140억원(출자 600억원+대출 540억원)을 스페인 침대 제조사의 생산시설 인수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현지 SPV는 대출을 위해 현지 대출 주선 기관으로 씨캐피탈(SEA Capital)을 선정했다. 씨캐피탈은 현지 SPV로부터 은행 대출 주선 수수료로 40만 유로(약 5억원)를 수령했다.
![스페인 투자 펀드 구조도 [자료 A씨]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7034847682_289004.png)
◇펀드 선투자 증권사, GP 운용사 관련성 어디까지 살펴보니
감사원은 건근공 전 투자본부장인 A씨가 본인의 차명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건근공 투자 대가로 추정되는 20만유로(약 2.6억원)를 씨캐피탈(SEA Capital)이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부당하게 수취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원이 건근공에 A씨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결정적인 사유가 됐다. A씨는 이와 관련된 사실 일체를 부정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A 운용본부장(D씨)이 수취한 수수료 자금 흐름 [자료 감사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6187229332_bd8fe5.png)
이와 관련 직접적인 관련사들이나 투자업계에서는 군인공제회와 공동 LP인 건근공 투자 담당이었던 A씨가 씨캐피탈(SEA Capital)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일단 펀드 구조상 씨캐피탈(SEA Capital)의 대출 주선 선정은 현지 SPV의 이사회로 구성된 이사회가 맡았다. 펀드 구조상 선행투자자인 국내 증권사로부터 수익증권을 인수한 건근공에서 씨캐피탈의 대출 주선사 선정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씨캐피탈(SEA Capital)은 스페인 현지의 대표적 대출 주선사이고, 그 수수료로 1~3%를 지급하는 것은 딜 관행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씨캐피탈(SEA Capital) 자체가 리베이트를 주고서 무리하게 대출 주선 수수료를 따내야 하는 입장 자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만약 A씨가 대출 주선사 선정에 관여했다면 펀드 운용사나 첫 구조를 짰다고 알려진 국내 증권사가 이 사실을 인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모두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감사원 조사에서도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구조상 공동 LP가 대출 주선사 선정에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관여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하는 OEM 펀드나 마찬가지일텐데 그랬다면 A씨 뿐 아니고 관련사들도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정황을 양사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수백억원 규모의 공제회 자금을 운용하면서 개인 비위 리스크를 걸러내지 못한 '관리 부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 구조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논란이 확산되자 관련사들은 구조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2019년일이라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펀드 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운용사 측 관계자도 “운용사로서 펀드 구조에 대한 실사 등을 했지만 이후 LP가 최종 선정되기 전까지 건근공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스페인 현지 관행이나 금융을 잘 아는 네트워크가 없었다”며 “이에 현지 법인과 대출 브로커는 증권사가 추천한 곳을 중심으로 검토했지 LP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