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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리밸런싱] 말만 하고 실행 없으면 퇴출…ROE·수익성이 운명 갈랐다

밸류업 지수 첫 편출 리스트 발표..ROE·PBR 저조한 32개사 퇴출
목표 공시한 8곳도 퇴출..단순 공시보다 실행력·성과 중요해

[편집자 주]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의 첫 편출 리스트가 공개됐다. 주주환원과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선도적 역할을 기대했던  기업들이지만 ▲실적 부진 ▲ 소극적인 주주환원 ▲미흡한 주가 관리 등으로 지수에서 제외됐다. FETV는 지수 편출 기업들의 문제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FETV=박민석 기자]  한국거래소가 첫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종목 교체)을 통해 수익성과 주주환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요 상장사들을 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밸류업 공시까지 했지만 제외되면서 단순 계획보다 실행력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는 오는 13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정기변경을 통해 32개 종목을 제외하고, 27개 종목을 신규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수 구성 종목은 기존 105개에서 100개로 조정된다. 지난해 12월 특별 리밸런싱으로 5개 종목이 추가된 이후, 편입과 함께 편출 리스트가 공식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해 9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누적시총 기준 상위 400위 이내) ▲수익성(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누적 손실 제외) ▲주주환원(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시장평가(최근 2년 전체 평균 PBR 상위 50% 또는 산업군 내 PBR 상위 50%) ▲자본효율성(최근 2년 평균 ROE 산업군 내 상위) 등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100곳을 선별해 지수를 구성했다.

 

리밸런싱은 매년 1차례 진행되며, 기존 지수 편입 기준에 맞춰 시가총액 → 수익성 → 주주환원 등의 순서로 5단계 스크리닝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남은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0개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 리밸런싱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기업은 내부 주가지수운영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기준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편출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2년간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평가 기준으로 설정한 이유는 단기 변동성의 영향을 줄이기 위함"이라며,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확인된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표와 무관하게 퇴출시켰다"고 설명했다.

 

◇ 32개 편출 기업..수익성 악화된 정보기술·헬스케어 업종에 집중

 

이번에 편출된 32개 기업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는 17곳, 코스닥은 15곳이었다. 업종별로는 경기 둔화 영향을 받은 정보기술과 헬스케어 업종 비중이 컸다.

 

구체적으로는 ▲정보기술(8곳) ▲헬스케어(5곳) ▲자유소비재(5곳) ▲소재(4곳) ▲산업재(3곳) ▲필수소비재(2곳) ▲금융·부동산(2곳) ▲커뮤니케이션서비스(2곳) ▲에너지(1곳) 순이다.

 

 

정보기술 산업군에서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를 생산하는 심텍이 2023년부터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했다. 비에이치의 최근 2년간 평균 PBR은 1배 이하로, 같은 기간 산업군 PBR 평균(2.3배)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저평가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선 씨젠이 코로나 진단키트 수요 감소로 2023년부터 2년 누적 손실을 기록하면서 수익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손실 규모를 줄였으나, 누적된 손실로 2년간 ROE 평균도 0.03%로 헬스케어 산업군에서도 하위권에 달했다. 

 

편출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후 ROE가 13.55% → 2.46%로 급락해 자본효율성 기준에서 탈락했다.  2023년말 헬스케어와 합병 후 셀트리온 자기자본은 4조원에서 17조원으로 4배 이상 늘었으나,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자유소비재 업종에서는 미스토홀딩스(前 필라홀딩스)가 2년 평균 ROE 3.28%로 업종 평균(6.6%)에 못 미쳤고, 쿠쿠홈시스와 에스엘의 2년 평균 PBR은 각각 0.5배, 0.7배로, 업종 평균 1.33배를 밑돌면서 지수에서 편출됐다.

 

 

소재 부문에서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보유한 토지 재평가를 통해 2023년 8000억원대였던 자기자본이 1조원대로 33%가량 늘어났으나, 이에 반해 주가와 순이익 상승률은 미비해 PBR과 ROE 모두 업종 평균을 밑돌았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으로 순이익이 전년대비 48% 늘어났음에도, 배당을 하지 않아 주주환원 기준에 미달했다. 2년간 평균 PBR도 0.41배에 그쳐, 금융업종 평균인 0.77배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시장평가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우데이타는 평균 PBR이 0.4배,  정제마진과 업황 약세로 지난해 순손실이 발생한 에스오일은 2023년 ROE가 10%대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업종에서 유일하게 편출됐다.

 

◇ 이수페타시스 등 주주가치 훼손 기업, 공시에도 불구하고 퇴출

 

셀트리온과 고려아연, S-Oil, 이수페타시스 등 8개사는 밸류업 공시를 했음에도 편출됐다. 이들 기업에겐 다소 완화된 시가총액과 PBR, ROE 리밸런싱 기준이 적용됐음에도 편출되면서, 단순 공시보다 실질적인 성과와 이행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고려아연과 이수페타시스는 5대 리밸런싱 기준에서 큰 결함은 없었지만, 주주 가치를 훼손한 사례로 편출됐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진한 자사주 공개매수와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공시 누락과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이수페타시스는 2차전지 기업 제이오 인수를 위한 유증 추진 중 소액주주 반발로 철회 및 공시 번복을 겪었다.

 

밸류업 지수에서 편출되더라도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밸류업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어 주가 하락 리스크가 존재한다. 현재 주요 운용사에서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만 12개며, 총 펀드 규모는 6000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밸류업 지수에서 편출되는 기업은 시장과 투자자 앞에서 '밸류다운 기업'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일부 편입 기업들은 IR자료와 공식석상에서 밸류업 지수 편입을 강조하며 시장 선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했으나, 불과 1년 만에 퇴출되며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이행 여부가 기업 신뢰도를 결정짓는다”며 “공시와 현실이 어긋난 기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