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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증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추진..업계 “수익률 개선 근본 해법 아냐”

연 2% 수익률에 정부·정치권, 연기금 퇴직연금 진출 한 목소리
원금보장형 비중 높은 탓...업계 "실적배당형 투자 유도방안 필요"

[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FETV=박민석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의 원인은 원리금보장형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라 지적하며, 위험자산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투자 유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까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올해 하반기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고용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추진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가입자 자산을 한데 모아 기금을 조성하고, 국민연금과 같은 전문성을 갖춘 기관(수탁법인)이 자산운용위원회를 통해 운용 전략을 수립·집행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입자가 퇴직연금 사업자(은행·증권·보험 등)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자신이 투자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계약형 퇴직연금과는 구조가 다르다. 

 

이 제도가 논의된 이유는 현 퇴직연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국내 퇴직연금의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023년 말 기준으로 2.07%, 기간을 5년으로 줄여도 연 환산 수익률은 2.35%다. 이는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인 6.82%과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6%보다 낮았다.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0일 직장인들과 민생 간담회에서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연금 수준으로 수익률을 올려주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꼬집었다.

 

작년 8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요지는 상시 근로자 100인 초과 사업장에는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하고,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관리·운용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에선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국민연금과 같은 전문성을 갖춘 기금이 운용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도 퇴직연금 운용 선택지가 늘어나기에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도입 명분인 '낮은 연금수익률'...업계선 "원리보장형 상품에 쏠린 탓"

 

다만 업계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이 수익률 개선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투자자들이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23년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 보장비중은 87.2%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가입자중에서도 원리금보장형 선택 비중이 88.1%에 달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적배당형 상품 등 위험자산 투자 확대가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이 안전성을 우선시해 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3.27%로, 동기간 국민연금 수익률(13.59%)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시간을 두고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22년 도입된 디폴트옵션 제도와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기관으로 계좌를 옮길 수 있는 실물이전 제도,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미 민간에서 추진 중”이라며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고, 투자자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인식 개선 등 복합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수탁법인 수수료 등 운영비가 투자자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민간의 20년간의 노하우를 믿고 시간을 두고 수익률 개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기울어진 운동장'..."도입해도 수익률 장담 못해"

 

특히 업계에서는 공적 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할 경우, 민간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고지적한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427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금융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시, 공적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완화된 규제와 수수료 부담 감소 등으로 더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에 민간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에 작년 10월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는 정부부처에 기금형 퇴직연금 반대 입장을 담은 공동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퇴직연금의 기금화가 수익률에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대형상장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대형화 또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시행 중인 일본의 2023년 기금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약 9%로 민간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계약형(11%)보다 낮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며 퇴직연금 시장을 성장시켜왔는데, 이제 와서 공적 기금이 시장을 잠식하려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충분한 논의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