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순자산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TF가 자산운용사들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테마형 ETF, 인재 영입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 점유율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FETV는 주요 운용사들의 차별화된 ETF 전략과 향후 과제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
[FETV=박민석 기자] NH아문디자산운용(이하 NH아문디운용)이 피지컬 AI와 같은 중장기 ‘메가 트렌드’ ETF(상장지수펀드)를 앞세워 점유율 4% 달성에 나선다. 최근 ETF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며 9위로 밀려났지만 대표 교체와 조직 개편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다만 핵심 상품의 부재와 소규모 ETF 쏠림에 따라 현실적으로 ‘후발주자’ 꼬리표를 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H아문디운용의 ETF 브랜드는 ‘HANARO’로, 지난 8일 기준 ETF 순자산 1조7318억원, 시장 점유율 0.9%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4월 하나자산운용에 8위 자리를 내주며 0.1%포인트 차이로 경쟁 중이다. 운용 중인 ETF는 52개로, 대표 상품으로는 ‘HANARO 200’, ‘HANARO fn K-반도체’, ‘HANARO 25-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 등이 있다.
NH아문디운용은 국내 유일한 해외자산운용사와 합작해 설립된 운용사다. 2003년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 합작해 설립됐으며, 현재는 농협금융지주가 60%, 아문디가 4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타 운용사들이 대체로 2000년대 ETF 시장에 진출한 것과 달리 NH아문디운용은 2018년에야 뛰어든 '후발주자'다. 사측에 따르면, 설립초기엔 ETF 시장이 비교적 크지 않았기에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ETF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현재는 신성장 동력으로 바라보고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길정섭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는 “ETF 사업을 일대 쇄신해 NH금융 위상에 걸맞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재구축하고자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업계 마켓쉐어(MS) 4%까지 늘리겠다”며 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 내부 경쟁력 강화..‘34년 농협맨’ 길정섭 대표 선임·내부 인사로 ETF 수장 교체
최근 헤드급 임원 교체와 조직 개편을 통해 ETF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 1월 선임된 길 대표는 34년간 농협에 몸담으며 금융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친 길 대표는 2대 주주인 아문디와 협력으로 다양한 ETF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는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길 대표 선임에 앞서 ETF투자본부를 총괄하는 ETF투자부문도 신설했다. 또한 ETF 주요 직책에 내부인사를 포진시켰다. ETF투자부문장은 한수일 채권운용부문장이 겸임하고, 김승철 패시브솔루션본부장을 ETF 투자본부장으로 새로 선임했다. ETF 실무 총책임을 맡게 된 김 본부장은 과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서 TIGER ETF를 4년간 운용하는 등 ETF 상품 기획 및 운용을 경험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승철 ETF투자본부장 프로필 [편집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0/art_17470145536503_29110f.png)
조직 개편 후 NH아문디운용은 맞춤형 상품 개발과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리테일 고객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ETF 브랜드인 ‘HANARO’를 리브랜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단순 브랜드명 교체보다는 상품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승철 NH아문디운용 ETF본부장은 “좋은 상품과 차별화된 정보 제공을 통해 신뢰받는 ETF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순히 브랜드명을 바꾸는 것보다 우수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의 선택을 받아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 피지컬 AI 등 중장기 ETF 상품에 집중
올해 NH아문디운용이 주목하는 ETF 테마는 피지컬 AI다. 피지컬AI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등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시스템을 의미하며, 업계에서는 ‘AI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NH아문디는 고성능 AI 인프라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올해가 피지컬 AI의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NH아문디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가 대표적이다. 이 ETF는 전 세계 유수의 피지컬 AI 기업 25곳에 투자한다. 주요 편입 종목과 비중은 인튜이티브 서지컬, 샤오미,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다.
특히 AI 종목을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 국가나 테마에 국한되지 않고 분산해 투자하는 점이 특징이다. 출시일은 경쟁사(한화, KB자산운용)의 피지컬 AI ETF(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보다 1주일 늦었으나, 순자산총액은 두 상품보다 높은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타 피지컬 ETF와 달리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S&P500처럼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해 성장성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고객의 니즈에 맞는 장기 투자 가능한 메가트렌드 상품 출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목표는 M/S 4%...대표상품 부재·소규모 ETF 쏠림 과제로
김 본부장이 언급한 것과 같이 NH아문디운용의 과제는 메가트렌드 ETF 라인업 확대다. ETF 후발주자로서 브랜드 파워를 갖추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피지컬 AI와 같은 ETF 상품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이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 ETF 시장 점유율 4% 도달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대표상품의 부재와 다수의 소규모 ETF 존재가 목표 달성의 과제로 남아있다. 실제 NH아문디운용은 국내 운용사 중 50억 미만 소규모 ETF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평균 순자산 총액이 50억원 미만인 ETF 상품은 총 70개이며, 이 중 NH아문디운용이 보유한 소규모 ETF는 11개로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각 10개)보다 많았다. 상장 1년이 지난 ETF의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1개월 이상 유지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다음 반기 말까지 50억원을 넘지 못하면 해당 ETF는 상장폐지된다.
ETF 시장에 진출한 지 7년이 지났지만, 마땅한 대표 상품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현재 순자산액이 가장 높은 ‘HANARO 200 ETF’도 361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5000억원을 넘는 ETF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1년간 ETF 순자산이 운용사 중 유일하게 감소하기도 했다. 실제 작년 NH아문디운용의 ETF 순자산은 1조8600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조7300억원대로 약 7% 줄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국내 ETF 시장 전체가 80% 이상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연초에 진행된 ETF 수장 교체와 조직 개편 역시 기존 내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혁신적인 ETF 상품 출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출시된 ETF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거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경우 소규모 ETF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며 “피지컬 AI 외에도 더 다양한 ETF 상품과 내실 강화가 이뤄져야 목표 달성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NH아문디자산운용 ETF 관련 현황 [편집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19/art_17469359440202_b0915f.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