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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오류 이유 있었네" 메리츠증권, 고객 늘리면서 전산운영비엔 인색

전산운용비 지출액 130억..10대 증권사 중 최하위
마케팅 예산은 10배인 1000억..."고객 이탈 방지 위해 투자 늘려야"

[FETV=박민석 기자] 최근 해외주식 거래 전산오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메리츠증권이 전산운용비 지출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수료 무료'를 내세우며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이 정보보안과 고객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증권이 전산운용비(별도 기준)로 지출한 비용은 130억원으로, 10대 증권사(2024년 말 자기자본 기준) 중 가장 낮았다. 2023년 대비 증가율도 3%에 불과해 전산운용비 증가율 부문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산운용비란 증권사가 온라인 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 고객정보보호 등에 투입하는 전반적인 비용을 의미한다. 전산운용 투자액이 적다는 것은 정보보안과 전산오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같은 기간 주요 대형증권사들의 전산운용비는 키움증권(1097억), 삼성증권(1055억), 미래에셋증권(897억), KB증권(707억), 신한투자증권(670억), 한국투자증권(480억), 대신증권(378억), NH투자증권(377억), 하나증권(315억) 등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율도 가장 낮았다. 지난해 10대 증권사 평균 순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율은 14%에 달했지만, 메리츠증권은 2.06%에 그쳤다. 이는 비슷한 순이익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6991억원), NH투자증권(6259억), KB증권(5824억) 등이 전산운용비로 각각 897억(12.83%), 377억(6.02%), 707억(12.14%)을 사용한 것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의 전산운용비가 낮은 이유로는 IB(기업금융) 중심의 사업구조와 리테일 사업 비중의 미약함이 꼽힌다. 실제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당기순이익 중 리테일사업 비중은 5.1%로, IB(46%)와 Sales&Trading(36%)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섰다. 작년 11월에는 디지털 채널 고객을 겨냥해 온라인 전용 투자 계좌 '슈퍼(Super)365'를 출시하고, 2026년말까지 국내외 주식 거래 및 환전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이후 메리츠증권의 고객예탁금과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대폭 늘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9200억원 가량이었던 슈퍼365 계좌의 예탁자산은 지난 2월 5조원을 돌파했다. 예탁금이 늘면서, 메리츠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도 지난해 말 기준 32억1089만원으로, 2023년 말 19억5000만원 대비 64.6%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복해서 발생한 메리츠증권의 해외주식 거래 전산오류가 늘어난 고객 대비 낮은 전산운용비 투자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6일에는 메리츠증권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오후 11시부터 약 1시간가량 해외주식 거래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피해를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상 신청 접수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지연 원인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메리츠증권은 미국 주식 주문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산운용비가 높다고 해서 전산오류를 100%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고객정보 관리와 정보보안, 고객관리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척도”라며 “리테일 비중을 급격히 늘린 메리츠증권이 전산 인프라 강화에 소홀한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고객 유치와 수익 창출을 위한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전산 인프라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슈퍼365' 계좌 홍보를 위해 편성한 예산만 약 10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전산운용비(130억원)의 10배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의 전산운용비 투자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투자를 선호하는 국내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부터는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시간이 24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전산오류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선제적으로 전산운용비 투자에 나서고 리테일 사업을 확장했다면, 이처럼 전산오류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SKT 사태와 같이 고객 정보유출에 대한 부정적인식이 강해진 상황이기에,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전산운용비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