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키움증권이 잇따른 전산오류로 신뢰성에 타격을 입으며 고객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 고객들의 집단소송 움직임과 함께 업계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브로커리지 매출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오는 11일까지 최근 발생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주문 지연 사태 관련 민원 신청을 받고 있다.
![키움증권이 게시한 주문지연에 따른 피해자 보상을 위한 민원접수 안내문 [자료 키움증권 홈페이지]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415/art_17439741565154_10ce4f.png)
앞서 키움증권에서는 지난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MTS와 HTS에서 매수·매도 주문이 지연되거나 아예 접수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 3일에는 MTS 영웅문 S#에서 오류가 발생한 뒤 약 1시간 만에 복구됐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4일에도 장 시작부터 로그인 주문과 매수·매도 오류가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현재는 정상 이용 가능하지만, 문제는 사측이 사건 발생일과 주말까지 총 4일간 시스템 점검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주문 지연 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장애 원인을 정밀 분석 중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불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사태 수습과 민원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전산 오류는 이번 사태까지 최근 한 달간 세 차례 발생했다. 앞서 대체거래소 출범 첫날인 지난달 4일에는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가 지연되는 오류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반복적인 오류가 자사 SOR(자동주문전송) 시스템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스콤이나 넥스트레이드의 SOR을 사용하는 타 증권사들과 달리, 키움증권은 지난 2월부터 자체 개발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 중이었기 때문.
증권업계 관계자는 “ATS는 고객 주문을 중간 처리하는 구조라 오류 발생 시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자체 SOR이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전산 오류는 발생했지만, 최근 이틀간 이어진 전산오류 사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 크다. 주문 지연이 발생한 시점이 미국발 관세 여파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등으로 증시가 출렁였기 때문. 지난 3, 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각각 2.7%, 1.5% 하락한 채 장을 시작하며 장 초반부터 크게 출렁였다.
한 고객은 “급락장에서 매도 주문을 넣었는데 체결이 안 됐다”며 “이참에 다른 증권사로 옮기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고객은 “자동매매와 수동매매 모두 체결되지 않아 큰 손해를 입었다”며 “거래 증권사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들은 사측의 보상안이 미흡할 경우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키움증권의 원인 파악과 사실관계 등을 거친 뒤 검사 여부를 검토 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주식 위탁매매 점유율 1위를 지켜온 키움증권이 이번 사태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키움증권은 영업이익 중 리테일 부문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은데, 2024년 말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가 리테일 부문에서 발생했다.
고객 신뢰가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이기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 오류를 넘어 키움증권의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토스증권, 메리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과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리테일 시장 점유율도 점차 줄고 있어, 고객 이탈 시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작년말 기준 키움증권의 리테일 점유율은 29.6%으로, 전년도 30%대비 0.4%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고객 기반이 두터운 편이지만, 기술 신뢰가 흔들리면 고객 이탈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증권사별 거래 수수료도 크게 차이나지 않기에 리스크 관리 실패는 고객 이탈의 주된 요인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이은 전산장애 여파로 키움증권의 주가도 꾸준히 하락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키움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11만8600원) 대비 7.08%(7400원)하락한 11만2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로서 키움증권 주가는 주문 지연사태 발생 후 3거래일 간 14% 가까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