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리FIS가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금융 IT 인재 양성 특화프로그램 '우리FIS 아카데미' 3기 교육생 수료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우리금융그룹]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311/art_17418473634552_e7069f.jpg)
[FETV=권지현 기자] 지난 연말 우리금융그룹의 IT(정보기술) 솔루션 전문 계열사인 우리FIS가 금융 IT 인재 양성을 위해 진행한 '우리FIS 아카데미' 3기에는 100명에 가까운 교육생들이 수료했다. 70명대 수준이던 1, 2기와 비교해 대폭 늘어난 규모로, 문과생의 '좋은 일자리'인 금융사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개설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I(인공지능)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등 실무에 활용 가능한 3개 부문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금융 IT 및 핀테크 산업의 핵심 기술도 심도있게 다룬다.
케이·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토스 같은 핀테크 외에 시중은행도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IT 능력이 은행 취업에 중요한 스펙(자격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바늘구멍이 된 은행 취업문을 뚫기 위해 IT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대명사 '옛말'...은행 취업도 'IT'로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 중인 우리은행은 신입 행원 전형에 IT·디지털 부문을 별도로 넣었다. 지점 창구 등에서 근무할 일반직 행원을 뽑는 전형이지만 IT·디지털 부문의 경우 코딩테스트를 추가, 'IT 능력자'를 선별한다. 지난 연말 우리은행은 2016년 이후로 8년 만에 체험형 인턴을 다시 뽑았는데, 전형은 일반 및 IT·디지털 2개 부문뿐이었다. IT·디지털 인력이 일반 업무 인력 못지 않은 비중과 중요도를 갖게 됐다는 뜻이다.
최근 상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한 IBK기업은행은 'IT·디지털'을 더 쪼개 금융일반, IT, 디지털 3개 분야에서 신입 행원을 선발한다. 150명을 뽑는 금융일반 부문에 비해 IT, 디지털 부문은 각 10명씩으로 규모는 작지만, 화이트칼라 사무직의 대명사인 은행에서 IT와 디지털 부문을 별도로 분리해 선발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업은행은 현재 10명을 뽑는 정규직 수시채용도 진행 중인데, 6개 모집 분야 중 4개 부문이 생성형AI 모델링·기술연구, AI 학습데이터 구축, 빅데이터 분석·기획, 미들웨어 운영 등 IT·디지털 분야다.
이렇다 보니 요즘 금융권 취준생 커뮤니티에서는 금융 자격증 외에 COS(코딩활용능력시험)이나 ADsP(데이터분석준전문가) 시험 등 IT 자격증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신입 공채는 과거 문과생들이 주로 차지했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면서 "그마저도 디지털 인력과 관련한 전형은 반드시 포함되는 추세이다보니 취준생들이 IT 관련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 IT 인력이 경쟁력..."키워서 쓰자"
'디지털'은 은행에서도 인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영역이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안착하면서 시중은행들도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넘어 선두권에 서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졌다. KB국민·신한·NH농협 등 대형은행 수장들이 올해 화두로 '디지털' 키워드를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은 경력 있는 개발자 등 IT 인재를 영입하거나 IT 관련 업무를 외주 등 아웃소싱하는 대신 IT에 관심 있고 기본적인 역량을 갖춘 신입을 뽑아 성장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긴 시계열을 두고 근무를 하는 은행 특성상 때마다 외부 인재 수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당장 고난도의 IT 기술을 가진 인력들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신입행원 채용 때 비교적 간단한 IT 소양을 갖춘 인력을 선발해 내부 인재로 잘 키워보자는 인식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내부 IT 인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발간한 '2022∼2023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내부 IT 인력이 금융회사 전체 임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8%에서 2023년 6.3%로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은행(58.7%)이 제일 높고, 금융투자업자(52.1%), 보험사(37.2%) 순이었다. 금융사가 우수한 내부 IT 인력 확충을 경쟁력 제고의 핵심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게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