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IBK기업은행의 이자이익 부문이 4년 만에 역성장했다.
잠재적인 부담 요인이던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이자비용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이 이자 비용구조 개선에 성공해 수익성 확대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행 별도) 2조44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조4115억원)보다 1.4% 성장한 것으로, 지난 2022년(2조4548억원) 이후 자체 두 번째로 높은 순익이다. 핵심이익 감소에도 충당금 순전입액이 2조2946억원에서 1조5739억원으로 31.4% 감소해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자이익이다. 기업은행은 작년 이자이익 7조27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7조4667억원)보다 2.6% 감소한 것으로, 기업은행의 연 이자이익이 전년에 견줘 줄어든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2022년 기업은행은 1년새 이자이익이 26%(1조4514억원) 크게 늘며 단번에 7조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듬해 6.1%로 성장률이 낮아지더니 작년에는 역성장하며 이자이익이 19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기업은행 이자이익이 감소한 것은 이자수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크게 불어난 탓이다. 기업은행의 작년 이자수익은 17조2870억원으로 전년(16조8272억원)보다 2.7%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6.9% 증가한 10조10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예수금이자가 2.5% 줄었음에도 전체 이자비용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중금채 등 이자비용이 9.6% 늘어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금채'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중소기업 투자·대출 재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은행채로,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기에 금리가 국고채보다 높다.

중금채 이자는 기업은행에게 이미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금채 등 이자비용은 8조275억원으로 1년 만에 7012억원 늘었다. 지난 2021년까지 2조원 안팎이던 중금채 등 이자비용은 2022년 3조5285억원으로 급격히 뛰더니, 2023년에는 7조3263억원으로 1년 새 107.6% 급증했다. 증가폭은 많이 줄었지만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처음으로 8조원대를 기록했다. 중금채에서만 불과 3년 만에 4.4배가량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게 된 셈이다.
시장조달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창구조달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이자비용 부담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창구조달 중금채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00조4530억원으로 전년 동기(92조6850억원)대비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조달 중금채는 4.8% 늘어 80조5070억원이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발행한 1년 만기 중금채 금리는 창구조달 3.20~3.75%, 시장조달 3.17~3.47%였다.
기업은행 중금채는 2022년 이후로 창구조달이 본격 확대되는 모습이다. 2022년 1분기 창구조달 비중은 50%를 밑돌았으나 2분기 52% 기록 후 작년 4분기까지 55%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초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면서 중금채 금리가 상승하자 그간 급감했던 창구 신규 가입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자비용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발목을 잡지 않도록 기업은행이 비용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만에 이자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만큼 향후 성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자비용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창구 및 시장 중금채 발행 비중을 조절하고 요구불 예금 등 핵심예금 확보에 힘써야 한다. 기업은행의 작년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67%로, 전년 동기(1.76%)보다 0.09%포인트(p) 떨어졌다. 기업은행 분기 NIM은 2022년 4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중금채 창구조달 비중이 두 자릿수 늘고 핵심예금이 줄어든 시점과 맞물린다. 기업은행은 대출자산 성장에 대비해 올해 원화 중금채 발행한도를 전년(247조원)보다 22조원 늘어난 269조원으로 설정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이 이자수익에 영향을 줘 이자이익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구 중금채 비중은 2022년 하반기 금리인상 이후 확대됐으나 2024년 금리인하 영향으로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면서 "향후 창구·시장 중금채 비중은 조달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조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