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국내 건설업계 투톱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지난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18조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와 신사업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을 추진한 결과로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건설업의 경우 수주 실적이 기업의 미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건설사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 착공과 함께 매출을 인식하게 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주 확보가 필수적이다.
13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작년 연간 수주 실적은 18조원으로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현대건설에 근소한 차이로 밀렸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의 연간 수주는 18조3000억원이다. 삼성물산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강점을 보이며 카타르 Facility E 복합 담수 발전(3조9000억원), 사우디 Jubail 열병합 발전(1조2000억원), 평택 P4 반도체 공장(1조7000억원) 등 주요 프로젝트를 따냈다. 반면 현대건설은 국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3조8000억원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국내 건설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택 시장의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 환경 변화 등이 건설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의 대형 프로젝트 확보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주요 전략이 되고 있다.
수주잔고에서는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27조7000억원 규모다. 현대건설의 수주잔고는 60조9000억원으로 약 2배 이상 많은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주요 수주잔고 사업지로는 국내 대전 도안 2-2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 부산 괴정 5구역 재개발 사업 등이 있으며 해외에서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설계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와 건설업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국내 건설 시장이 침체될수록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해외 프로젝트는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아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의 인프라 및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사들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역시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는 양사가 각각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며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주하는 한편 단순 시공을 넘어 데이터센터 내부 시스템 설계 및 공항 운영까지 포함하는 ‘사업 고도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공격적인 수주 확대를 목표로 올해 31조1000억원을 설정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밸류체인 확대, 혁신 기술 및 상품 개발, 저경쟁·고부가가치 해외사업 추진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주택 부문의 독보적인 브랜드 경쟁력과 견고한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 극복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원전을 포함해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태양광·수소사업 등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기후 변화와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신개념 주거상품 개발과 생산기술 혁신에도 더욱 힘쓰고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지속가능한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