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건설사들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시장 침체, 미분양 증가, 공사비 부담, 공동 시행·시공 사업의 연쇄 부실이 겹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도 매한가지지만 지방은 더욱 가혹하다.
지난해 부도를 낸 29개 건설사 중 85%가 지방 업체였고 올해도 이미 지방 건설사 한 곳이 부도 처리됐다. 폐업 신고 건설사는 2000곳이 넘었고 신규 등록 업체는 급감하며 건설업 자체를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지방 건설사들은 공동 시행·시공 방식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며 사업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이 방식이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남 2위 건설사였던 대저건설은 공동 사업장의 연쇄 부실로 인해 법정관리까지 신청했다. 대저건설은 창원 현동 A2 블록에서 함께 사업을 진행하던 남양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무 부담을 떠안게 된 것에 모자라 창원 감계데시앙에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선택하며 부담이 커졌다.
한 건설사가 위기를 겪으면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다른 건설사로 부실이 전이되는 구조 속에서 지방 건설사들은 이제 공동 사업도 더 이상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건설 양극화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이 유지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분양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79%가 지방에서 발생했다. 미분양이 많아질수록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은 커지고 부도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지방 건설사들의 일감까지 줄어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1.4% 감소한 데 이어 내년에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민간 투자가 위축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투자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실 위험이 높은 공동 시행·시공 사업장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지역 건설사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SOC 투자 확대와 민간 건설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
건설업은 단순히 아파트를 짓는 산업이 아니다.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며, 건설사가 쓰러지면 협력업체, 건설 노동자, 자재업체, 중소 하도급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에 내몰린다. 지금 지방 건설사들이 보내는 마지막 절규를 외면하면 결국 한국 경제 전체가 그 충격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도권이 흔들리는 것과 지방이 붕괴하는 것은 다르다. 수도권 위기가 경고라면, 지방 위기는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