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지난 3일 경기도 용인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2025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올해 주요 전략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 신한은행]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103/art_17369001097746_352138.jpg)
[FETV=권지현 기자] 대형은행 수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연초부터 '영업통'으로서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올해 새로 취임한 은행장들이 조직과 경영 방향, 세부 전략 등을 맞추는 사이 정 행장은 자신의 2기 체제 첫해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공언하며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2025년 경영 방침으로 일제히 '내실' '슬림화'를 내세운 가운데 정 행장은 반대로 영업 강화를 통한 외형 성장을 예고했다.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의 연임이 추천된 이후 지난 연말 현장 영업력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영업 확대에 대한 의지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영업추진4(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을 신설하고 디지털사업부 부장을 지낸 최혁재 상무에게 조직을 맡겼다.
최혁재 그룹장은 리테일, 해외법인 업무를 거쳐 수년간의 디지털 관련 직무를 수행, 신한의 디지털 생태계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1970년생으로, 이번에 신한은행이 세대 교체를 위해 전격 기용한 70년대생 임원 6명 중 1명이다. '젊은' 그를 통해, 그리고 올해 함께 설치되는 '플랫폼영업부'를 통해 은행의 플랫폼 사업 역량과 추진력을 한껏 끌어올려 고객 확대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신한은행은 또 기관고객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솔루션그룹'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특히 대형은행 간 기관영업 경쟁이 뜨거웠는데 올해는 아예 관련 조직을 신설해 기관 고객 니즈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법원 공탁금은 그간 신한은행이 점유율 과반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2023년 6월 서울고등법원 원외재판부(인천), 인천지방법원, 수원고법, 수원지법 등에 이어 작년 10월에는 약 37년간 맡아온 부산지법 동부지원 그리고 대구지법 서부지원 공탁금 보관은행 자리마저 KB국민은행에 빼앗기면서 기관영업을 재정비, 담당 조직을 적극 키워야하는 수순에 다다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사업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조직 개편을 시행했다"면서 "플랫폼 비즈(Biz) 중심 조직을 신설해 플랫폼 사업에서의 명확한 성과를 창출하고 현장 영업력을 제고하기 위해 채널부문과 영업지원부문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정 행장은 대부분의 경력을 영업 담당 업무에서 쌓은 영업 전문가다. 1990년 2월 신한은행 입행 후 2019년 3월 은행장 비서실장으로 부임하기까지 30년 중 인사부 등에 몸담았던 약 7년을 제외한 23년을 둔촌동지점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기업금융센터 커뮤니티장 등 일선 영업 현장에서 일했다. 지난해 본부와 영업조직 전반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한 그는 올해는 더 구체적으로 디지털사업과 현장 영업력 제고에 방점을 두며 관련 조직 확대를 도모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올해 조직 중점 포인트 중 하나를 '영업'에 두고 "명확한 성과" "성과 창출 가속화"를 공언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KB국민은행은 내부통제에 기반한 영업, 본부조직 슬림화, 인공지능(AI) 활용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하나은행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디지털, 고객 관리, 본점 슬림화 등을 조직개편 4대 과제로 설정했다. 우리은행도 본부를 기존 20개 그룹에서 17개로 축소하고 부행장도 5명 줄이는 등 슬림화를 단행한 데 이어 실질적인 내부통제에 방점을 뒀다.
정 행장에게는 2025년이 또다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3개 분기 만에 당기순이익 3조원을 돌파한 점이 그에게 '대형은행 CEO 중 유일한 연임' 타이틀을 안겨준 주요 요인이었던 만큼 두 번째 임기 첫해인 올해는 질적 성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실적 개선을 더 적극적으로 이어가야만 한다.
정 행장은 조직개편에서 드러낸 영업 및 플랫폼 역량 강화 두 가지 목표를 임직원들에게 새해 첫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AI 브랜치' 'AI 은행원' '땡겨요' '헤이영캠퍼스' 등 지난 임기 2년 동안 구성원들과 함께 키워온 디지털, 플랫폼 사업들을 조목조목 언급한 부분에서는 '당부' 태도를 취하면서도 '격려' 어조를 잊지 않았다.
정 행장은 지난 3일 열린 2025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영업방식의 변화, 미래를 위한 변화, 현장의 변화 세 가지를 언급하며, "변화의 방향을 잘 읽고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자"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