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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승기 누가 잡나"...은행, 내년 가계대출 치열 경쟁 예고

 

[FETV=권지현 기자] 새해 시중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푼다.

 

수년간 '대출 러시' 현상이 이어졌으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계속 옥좨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은행들은 올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식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새로 생기는 데다, 부동산 시장 회복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규제 풀고 주담대 2억원...수요 증가 속 금리 전쟁 전망 

대형 은행들은 생활 안정 자금 목적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를 상향, 당장 2025년 1월 2일 대출 실행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벌써 규제를 해제하고 신청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7일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려 신청받고, 대출 모집인 접수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또 중단했던 모기지신용보험(MCI)도 다시 재개한다. 모기지 보험을 적용하면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소액 임차 보증금을 빼지 않기 때문에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서울의 경우 5000만원 이상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도 내년 1월 2일부터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최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고, MCI 및 대출·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재개한다. 또 그간 중단한 다른 은행 주담대 갈아타기도 다시 취급한다. 하나은행도 이달 중순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으며,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갈아타기 및 생활 안정 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린 데 이어 내년 1월 2일부터는 한도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중단했던 MCI, MCG도 재개한다. 

 

은행권은 내년에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자금이 주택시장에 공급, 일정 수준의 주담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은행 주담대 증가분 가운데 약 20%는 정책대출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내년 주택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호재다. 다만 정책대출 금리 메리트가 이미 축소되고 있고 금리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성장을 위해 대출자산을 불려야 하는 은행들로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2분기부터 주택 매매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은 단기적으로는 약보합 가능성이 높지만 대출 환경 변화가 계약으로 이어지는 시차를 감안할 때 내년 2분기부터는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여력 회복에도 성장폭 우려...금감원장 "자금공급 원활" 주목  

은행권은 주택시장 회복 속도에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의지로 내년 대출자산 증가폭이 제한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적용, 전세사기 영향 등으로 지난 2022년 말부터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만큼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담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여전히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해가 되면 은행별로 한 해 동안 대출할 수 있는 가계 대출 총량이 새로 설정돼 대출 여력이 높아지는데, 특히 내년에는 금리인하가 본격화하는 만큼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고 가계대출을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가계대출 상승세를 억누르려는 당국의 태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탄핵 등의 여파로 경기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변수인데, 일단 내년 초까지는 분위기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당국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쳐 이목을 끌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20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초부터는 가계대출 관련 실수요자에게 자금 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며 "특히 지방 부동산 가계 대출 관련해서는 수요자가 더욱 여유를 느끼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