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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탄핵 정국에 韓 멈춰도 트럼프의 시간은 흐른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가결되기까지 열흘 동안 한국의 경제 시계는 멈췄다. 같은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관세 인상 등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을 쉬지 않고 내놓았다.

 

트럼프 2기 미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불확실성으로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계엄, 탄핵 등으로 현재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재계는 결국 각자도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회견에서 트럼프는 "그들(다른 나라)이 우리에게 세금(관세)을 매기면, 우리도 같은 금액을 과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의 모든 경우 그들은 우리에게 세금을 매기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율 관세 부과시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 등을 묻는 말에는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기 때 철강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것을 예로 들며 "만약 내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5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덤핑을 계속했을 것"이라며 "나는 관세를 부과했고 그것을 멈췄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막대한 수입도 얻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당선 후 첫 언론 인터뷰였던 N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나는 관세를 크게 신봉한다. 나는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이나 다른 문제가 있었을 때도 나는 관세로 그것을 막았다”면서 “적절하게 사용되면 관세는 많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관세는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 이외의 것을 얻는데도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국내 재계에서는 여러가지 해설이 나오고 있다. 관세로 인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과 트럼프 관세의 가장 큰 타깃은 중국이기에 대중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오히려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두 시나리오 모두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두 시나리오의 결과값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받는 피해가 커질수도 있고 줄어들수도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각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오히려 이익을 보더라도 배터리 산업은 불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 내에서 A 기업은 큰 손해를 받지 않더라도 B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단위의 정책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재계의 말을 모아서 미국 정부와 협상을 해야한다. 하지만 지난 3일부터 한국 정부는 식물인간의 상태였다. 트럼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거침없이 뱉어내고 있었는데 약 2주간 한국 정부는 '정치적 자살' 상태에서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되기 전까지 재계는 정부의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재계는 정부라는 방파제가 사라진 상황에 트럼프 2기라는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구책을 강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부터 19일까지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내년도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부터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었다. LG그룹도 앞서 이달 12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당 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관세 문제 해결책 모색 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노력 속에 국내 경제단체는 경제 혼란 최소화를  정부와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해 혼란스러운 정국이 조속히 안정되고, 국정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며 "기업들도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국회는 현명하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여야간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 공백이 빠르게 해소돼 대외 신인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며 "지금은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잠시 멈춰 섰던 한국 경제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 국회, 기업 등이 힘을 모을 때다. 정교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아야만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