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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업계, 어느해 보다 길었던 '터널'을 지나며

 

2024년은 한국 건설업계에 있어 극도의 시험대였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비용 상승, 국내외 경제적·정치적 불확실성 등은 업계를 그 어느 때보다도 가혹한 환경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업계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되고 있다.

 

올해도 이어진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는 건설업계의 발목을 붙잡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택 분양 시장의 부진은 신규 사업 추진의 큰 걸림돌이 됐고, 건설사들의 자금 유동성을 제한했다. 특히 전세사기 문제와 금융권의 대출 규제는 시장의 신뢰를 약화했고, 이는 곧 소비자들의 부동산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건설사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안겼으며, 다수의 프로젝트가 자금 부족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건설사들의 영업 이익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건축 자재의 가격 인상은 비용 부담을 증가시켰으며, 고금리 상황은 금융 비용을 급증시켜 대형 건설사들조차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환경은 특히 중소 건설사들에게 더 치명적이었고, 일부 기업은 경영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건설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중동 지역은 한국 건설사들에게 여전히 주요 수주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적 리스크는 건설업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연말에는 계엄 논란과 탄핵 정국으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지의 불안을 남겼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건설업계는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변화와 혁신을 거듭했다. 전통적인 건설 사업의 틀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도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건설사들은 건설 현장에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BIM(빌딩정보모델링)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2024년을 돌아보며 남긴 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컴컴한 어둠의 시기는 이렇게 터널에 비유됐다. 그러나 터널은 언젠가 지나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위기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왔다. 현재의 도전과 어려움은 장기적으로 건설업계를 더 강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업계가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