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최종 승인이 임박했다. EC의 최종 승인만 받으면 미국 법무부(DOJ)도 양사 합병에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최종 단계에 접어들 게 된다.
28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EC와 DOJ의 승인 이후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대금 잔금 약 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하고 63.9%의 지분율로 1대 주주로 등극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약 2~3년간 자회사로 운영한 뒤 통합 항공사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2020년 11월 한진칼과 산업은행이 항공산업 구조개편 추진 등을 위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면서부터 두 항공사의 합병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5000억원을 납입했다. 대한항공 보통주 대상의 교환사채(EB) 인수로 약 3000억원을 추가 납입했다. 이후 한진칼은 대한항공에 8000억원을 대여했고 2021년 3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8600억원을 추가 납입했다.
대한항공은 한진칼을 통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조달받은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약금 3000억원과 중도금 4000억원을 예치했다.
올해 11월 기준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와 별도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47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EC와 DOJ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대금 잔금 약 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한다. 결국 대한항공은 약 63.9%의 지분율로 아시아나항공 1대 주주에 오르며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이후 두 회사는 통합 절차를 밟게 된다.
2022년 6월 한진칼은 보유 중이던 진에어 주식 약 2900만주(지분율 54.91%)를 대한항공에 전량 매각했다.
박수영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통해 한진칼은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한편, 한진그룹의 항공계열사 수직계열화로 그룹 내 지배구조도 개편할 수 있었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각 사가 보유한 SI 업체 및 LCC도 통합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연구원은 "업계에서는 한진그룹 내 SI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 IDT의 통합, 그리고 진에어 중심의 LCC 통합을 예상한다"며 "시장에서 특히나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2019년부터 공급 과잉 문제가 불거졌던 중단거리 노선 시장의 구조조정을 기대할 수 있는 국내 LCC 통합 이벤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단순 대형 국적항공사 두 곳이 합쳐지는 것이 아닌 관련 기반 산업들과 중소형 LCC들의 구조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독과점 문제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 합병에 대해 2022년 2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쟁제한성이 의심되는 특정 노선에 대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나 기존 사업자의 증편 시 슬롯과 운수권을 반납할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데 주요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하나의 집합체로 묶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지분 54.9%를 보유한 자회사이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2.8%,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LCC 3사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14%, LCC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공정위는 두 국적항공사와 세 LCC 등에 대해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축소 금지, 서비스 품질 유지, 마일리지 불리하게 변경 금지 등을 요구했다.
EC는 인천-유럽 여객 노선 외에도 화물 사업에 있어서의 독과점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EC는 올해 2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조건은 대한항공이 지난해 11월 EC에 제출한 시정조치안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시정조치안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티웨이항공에 유럽 4개 도시 노선(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로마) 운수권 및 슬롯 일부 이전 등의 내용이다.
EC에 따르면 양사 화물 합산 마켓셰어는 6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인천에 화물 사업을 약 4700억원에 매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지적받은 4개 노선 운수권 혹은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넘기고 있다. 아울러 티웨이항공의 장거리 노선 운항 안정성 확보를 위해 A330-200 5대 및 B777-300ER 2대를 조종/정비 인력과 함께 지원해 주고 있다.
EC의 기업결합 승인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참여 기업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이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납부한 7400억원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7600억원의 현금이 추후 아시아나항공으로 유입된다.
박수영 연구원은 "계약금 7000억원 중 4000억원은 운영자금 명목으로 소진한 점을 고려해 유상증자 완료 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추정해 보면 대략 500%대"라고 예상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화물 사업부 매각대금 4700억원의 유입도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867%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99%다.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낮추면 양사의 합병 이후에도 대한항공의 재무 악화는 다소 감소될 전망이다.
배세호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연결 실적으로 인식할 시 대한항공의 순차입금은 5조원에서 8.8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은 기존 대비 악화되지만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대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를 상환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향 영구채 합산 규모는 6800억원으로, 상환 후 남은 4200억원은 마찬가지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빌려온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영 연구원은 "통상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식, 상환 시 자본이 줄어들지만 현재 영구채의 금리가 7~11%대로 높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상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합병 후 대한항공의 재무가 다소 악화되지만 메가급 항공사로 거듭나면서 오히려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 연구원은 "과거 글로벌 항공사 합병 사례에서 보았듯 항공사간 합병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며 "항공 산업은 규모의 경제 꽃이라 불릴 만큼 얼마나 큰 몸집을 가지고 있느냐가 결국 협상력으로 연결된다. 규모에 따른 협상력은 시장 가격 결정에서뿐만 아니라 유류 도입, 공항 이용 계약, 기재 도입, 조업 계약 등 주요 비용과 직결된 모든 곳에서 빛을 발한다"고 분석했다.
배세호 연구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장기적으로 양 사의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쟁 강도 약화에 따른 고운임 유지와 비용 감소 효과가 주요 요인"이라며 "통합 이후 2~3년 이후의 마진 수준은 지금보다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