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강성기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온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이 올해 들어 연구가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과민성 방광 치료제 'DA-8010'과 강스템바이오텍의 줄기세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주’가 각각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앞서 에이치엘비(HLB)의 항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 상업화 문턱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보완 요구 서한을 받으며 승인에 실패한 데 이어, 부광약품의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유럽 등에서 진행한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이 후기 2상 임상시험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동아에스티 과민성 방광 치료제 DA-8010은 과거 임상 2상 결과에선 위약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으나 이번 임상 3상에선 위약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해 개발 중단을 고심하고 있다.
DA-8010은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과민성 방광 치료제로 무스카린 수용체 3길항체다. 불수의적 배뇨근의 수축을 억제하고 배뇨근의 과민성을 감소시켜 방광 용적을 증가시킴으로써 빈뇨, 야간뇨, 요절박과 같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아토피 치료제 신약 후보인 퓨어스템-에이디주 국내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임상은 통상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강스템바이오텍의 퓨어스템-에이디주 임상 3상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앞서 지난 5월 HLB는 증국 항서제약과 개발 중인 항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으로 미국 FDA 승인을 기대했지만 보완요청을 받으면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리보세라닙은 새로운 혈관이 형성되는 걸 억제하는 원리로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후보물질이다.
두 회사는 HLB의 리보세라닙과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의 면역관문 억제제인 캄렐리주맙을 간암 1차 치료제로 병용하는 요법으로 승인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승인 거절 이유는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때문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부광약품은 유럽 후기 2상 임상 시험에 실패한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개발을 중단했다. 이에 인해 JM-010의 미국 임상도 중지됐다. JM-010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로 인한 이상운동증을 치료하기 위해 콘테라파마에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콘테라파마는 유럽 등에서 JM-010의 후기 2상 임상 시험을 진행했으나 1차 평가변수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이 연이어 좌초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와 연구·개발(R&D)이 위축될까 봐 심히 걱정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