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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질 개선 나서는 엔씨소프트, 전화위복 기회 될까

경영 위기 봉착한 엔씨소프트, 체질 개선 본격 시동
새로운 장르의 게임들로 이미지 쇄신 시도

[FETV=석주원 기자] 최근 지속적인 실적 부진과 부정적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과감한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 효율화와 ‘리니지’ 일변도였던 게임 라인업 다양화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다른 게임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수혜를 입으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2020년 엔씨소프트는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2조4162억원의 매출과 82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 다시 한번 최고 매출 실적을 갱신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잔치는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다음해인 2023년 엔씨소프트는 전년 대비 매출은 31% 줄고 영업이익은 75%나 하락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021년 100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도 곤두박질치면서 3년 만에 20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사실 엔씨소프트의 이러한 추락은 예견된 모습이었다. 엔씨소프트는 2010년대 초반까지 MMORPG 명가의 위상을 과시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2017년에는 ‘리니지M’을 출시하면서 매출을 두 배 가까이 신장시키며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성장이 정체된 PC 온라인게임 시장 대신 모바일게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다. 문제는 지나친 자기복제에 있었다. 리니지M 이후 출시된 게임들이 비슷한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로 점차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리니지 프랜차이즈의 시스템과 과금 모델을 그대로 모방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범람하면서 리니지를 비롯한 엔씨소프트 게임들의 시장 점유율이 뺏긴 것 역시 타격이 됐다. 여기에 대외적인 이미지 악화는 안 그래도 흔들리는 엔씨소프트에게 치명상이 입혔다.

 

 

 

◇ 새로운 시도로 돌파구 모색

 

본래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는 사업적 성공과 별개로 게임 내외적으로 많은 구설수에 시달리며 특히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인식이 좋지 않았다. 리니지의 비즈니스 모델은 ‘페이 투 윈(Pay to Win)’으로 돈을 많이 사용할수록 게임 내에서 강해지는 방식이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까지 더해지면서 게임 내에서 상위권 이용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지불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나마 과거에는 부정적인 과금 방식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 능력만큼은 인정받았지만 최근에는 겉보기만 다르고 속은 리니지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게임들만 선보이면서 기술력마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요인들이 쌓이면서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엔씨소프트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이 악화됐다.

 

이를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 중인 게임들에서 리니지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데 힘쓰는 모습이다. 지난달 출시한 ‘호연’은 엔씨소프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물론 그 관심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시선이었지만 엔씨소프트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다만, 호연의 과금 방식은 여전히 리니지의 틀을 벗어 나지 못해 반쪽짜리 시도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는 엔씨소프트가 가장 잘하는 MMORPG의 최신작이면서 기존에 논란의 중심이 됐던 도박성 아이템과 페이투윈 과금 모델을 과감히 쳐내 나름의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다만 게임성에서 평가가 갈리고 있고 매출도 높지 않아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고 있다. TL은 9월 17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오랜만의 MMORPG 신작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올해 6월 출시한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기존의 엔씨소프트 게임들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긴 했다. 여기에 지난해 지스타에서 공개한 향후 라인업을 살펴보면 SF 세계관의 MMO슈팅 게임인 ‘LLL’과 4X와 실시간 전략을 곁들인 ‘택탄: 나이츠 오브 더 가즈’ 역시 기존의 엔씨소프트 게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시도는 기존의 엔씨소프트가 보여 주지 않았던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 구조조정 포함한 경영 효율화 추진

 

게임 쪽에서의 새로운 시도들이 엔씨소프트의 장기적인 체질 개선 전략이라면 당장의 경영 실적 악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몸집 줄이기를 선택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와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 등 게임 개발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부문을 두 개의 자회사 엔씨큐에이(NC QA)와 엔씨아이디에스(NC IDS)로 분리하는 결정을 의결했다.

 

엔씨큐에이는 QA 전문 기업으로 사업 영역은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 서비스 및 기타 관련 사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 ▲정보 기술 및 컴퓨터 운영 관련 서비스 등이다. 엔씨아이디에스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전문 기업으로 사업 영역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컴퓨터 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등이다.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분은 자사주로 매입하기로 했으며 예정대로 10월 1일 두 개의 신규 법인을 설립 예정이다.

 

걸림돌은 내부 반발이다.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자회사 두 곳이 더 빠른 의사결정과 전문화된 사업 영역에 집중해 각자의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모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회사로 분리될 인력들과 노조는 사실상 인력 감축의 과정으로 보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분리된 자회사를 폐업하거나 외부에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측은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관 투자자 대상의 비공개 IR 행사에서는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마무리 작업과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 절감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지스타에서 소개한 신작 게임 중 ‘프로젝트M’은 인력 규모 축소가 결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잡음을 얼마나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결국 돌파구는 게임이어야

 

요즘 국내 게임 업계를 둘러보면 과거와 달리 다양한 시도들이 눈에 띈다. 얼마 전에는 넥슨이 일본과 서양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콘솔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밝혔으며, 그에 앞서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콘솔로 출시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저자본으로 개발되는 인디게임 시장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게임 업계의 변화는 기존의 한정된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 의미에서 엔씨소프트의 변화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변화 없이 리니지 라이크 게임만 양산하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의 다양한 시도가 더 나은 모습이긴 하다. 비록 새로운 시도들이 당장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이 기회를 통해 오랫동안 정체돼 왔던 내부의 낡은 시스템을 털어낼 수 있다면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