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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글 '쓰는' 금융사 CEO 어디 없나요?

 

 "대면 인터뷰 가능합니다. 7월 중 가능한 시간 주시면 맞춰보겠습니다." 

 

최근 인터뷰를 진행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의 화답은 올해 몇 안되는, 마음이 '시원해진' 순간이었다. 인터뷰 내내 생각했다, '내가 이 회사에 대해 몰랐던 게 정말 많았구나. 심지어 간판인줄 알았던 A사업이 비주력, 것도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다니'.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는가. 그가 내뱉은 말을 통해 회사의 과거가 해석됐고 현재를 이해했으며 미래는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 이제 막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세운 스타트업 대표가 이럴진대, 총영업이익 5조원안팎을 거두는 금융그룹·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어떠해야 할까. 

 

현장에서 만나는 금융권 CEO들은 소통에 인색하다. 다른 산업군 CEO에 비해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금융권 종사자들에게 뻔한 멘트 외에 CEO들이 입을 다무는 이유를 물었다. '업의 안정성' '당국 눈치보기'라는 답이 또 돌아왔다. 그렇다고 기자들을 부르는 것도 아니다.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6대 은행(5대은행·기업) 수장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통해 질문을 대면한 CEO는 김성태 기업은행장뿐이다. 한 대형 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초 기자의 컨택에 홍보실 임원을 내세워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전해오기도 했다. 단 한 문장일지라도 기자에게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려웠을까.  

 

'글'은 어떨까. 글은 아무도 모르게 수정이 가능하며 시공간 제약이 크지 않다. 말보단 글이 도전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런데 도전하는 CEO가 보이지 않는다. 하반기 대외적으로 경영전략회의를 열지 않은 은행들 중 A은행 취재원에게 CEO가 '대내적인' 메시지는 보냈는지 물었다. 없었다고 했다. B은행 취재원에 묻자 올해는 CEO에 대한 직원들의 호감도가 예년만 못해 CEO가 글을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말과 글이 능사는 아니다. 빈도가 잦아지고 길이가 늘어날수록 실수하기 쉬운 게 말과 글이다. 하지만 단 몇 줄로도 추구하는 가치, 경영 전략, 향후 비전 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게 말과 글이기도 하다. 1000명의 영업사원보다 나을 때도 있다. 평소 고객 한 명 한 명을 강조하는 금융사 수장들은 시장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CEO의 여름휴가 추천 도서'가 또 오르내릴 것이다. 올해는 책 추천 말고, 임직원들과 주주들에게 '나만의 글'을 띄워보면 어떨까. 창의적이고도 가볍게 말이다. 어차피 '여름휴가' 아닌가.  

 

'도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유일한 CEO가 누구인 줄 아는가. 기업은행장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낸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이다. 벌써 9년 전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