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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의 P+R


관계의 '진정성'에 관하여…

 

‘PR’ 혹은 ‘홍보’라고 하면 흔히들 많이 알리고, 유명하게 만드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PR의 본질은 ’퍼블릭 릴레이션(Public Relations)’라는 이름 그대로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단순히 관심을 끌거나 당장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일시적, 즉흥적 목적보다는 신뢰와 진정성에 기반해 지속가능한 연결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PR은 광고에 비해 당장의 즉각적 반응이나 결과를 얻기는 어렵지만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해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가치있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일이다. 

 

최근 한 뷰티 관련 스타트업의 홍보를 진행하며 이 관계의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 있었다. 아직 작은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차별화된 제품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던 이 스타트업의 대표는 큰 맘 먹고 참가했던 해외 박람회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스타를 통해 우연히 알게된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인스타 다이렉트 메세지(DM)으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녀와 미국에서 만나 제품을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됐다. 제품력과 스타트업 대표의 열의와 진정성있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는 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이 스타트업의 제품을 저명한 해외 시상식에 참여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협찬하는 기회를 연결해줬다. 스타트업 대표 역시 자금난에 시달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을 방문한 그녀를 위해 호텔 숙식 제공부터 각종 문제해결까지 발벗고 나서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저명한 행사에 제품이 협찬되고 현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전문가가 우리 스타트업을 도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왔다는 이 아름다운 스토리는 홍보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좋은 홍보소재였다. 이 스토리는 미디어를 통해 소개됐고 이제 이를 토대로 소비자와 스타트업 간의 유의미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선순환이 기대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스토리는 '희극'으로 끝나지 못했다. 해외로 돌아간 아티스트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본인이 제공했던 사진들을 모두 내리라 요청하고 법적 소송 운운하며 협박을 해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홍보’가 아닌 ‘위기관리’에 나서야하는 상황이 돼 수습에 나서야했다. 나중에 스타트업 대표에게 들으니 그간 암묵적으로 금전적 보답을 요구해왔는데 당장 이뤄지지 않자 돌변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아티스트 그녀 속마음의 진위여부는 알 길 없으나 ‘‘진정성’은 역시 통하는구나’라며 감동받았던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더불어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결국 ‘돈’이 거래돼야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인가’하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소망한다. 그리고 믿는다. 스타트업 대표의 절실함과 진정성이 언젠가는 그 마음을 알아줄 '귀인(貴人)'을 만나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고 아름다운 결실을 꽃피우리라는 것을…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