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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줄이고, 없애고, 매각하고”···허리띠 졸라매는 유통공룡

이마트, 법인카드·골프 금지령···창사 이래 첫 전사적 희망퇴직 신청받기도
롯데백화점 마산점, 올해 상반기 영업 종료···코리아세븐, ATM 사업부 매각 추진
신동빈 “부진한 사업 매각, 4개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

[FETV=박지수 기자] “줄이고 없애고 매각하고”

유통업계에 ‘칼바람’이 매섭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속 기존 오프라인 유통공룡인 롯데와 신세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까지 더해지자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공룡들은 불피요한 비용을 줄이거나 경쟁력 낮은 사업체를 매각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는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삿돈을 사용한 골프 금지령을 내리고,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제한 조치도 단행했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8일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솔선수범을 통해 변화의 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평소 즐기던 골프를 중단하고 경영 전면에 직접 나섰다. 신세계그룹 오너인 정 회장부터 솔선수범삼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기 시작한 셈이다.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 줄이기도 가속화됐다. 정 회장은 이달 초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했다. 정 회장은 정 전 대표를 시작으로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에 기초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모든 임원을 대상으로 수시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앞서 이마트 역시 지난 1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 15년 이상이자 과장급 이상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 희망퇴직을 받은 것은 1993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직원 수는 2만2744명으로 평균 근속연수는 13년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재구성했다. 이마트는 반려동물용품·서비스 전문 매장인 몰리스의 외부 전문점 수를 축소하는 대신 이마트 점포내 반려동물용품 구색을 강화한 ‘미니몰리스’를 키우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또 수익성이 좋지 않은 점포 내 골프 전문 매장의 경우 매장을 없애거나 일반 스포츠 매장에서 골프용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인사를 통해 한채양 대표에게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수장 자리를 맡겼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16일 양 사 합병을 결정하고 주주·채권자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합병 계약일은 오는 30일이다. 7월1일 등기를 마치면 ‘통합 이마트’ 법인이 출범한다.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지분 99.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두 회사가 매입을 통합하면 매입 규모가 늘어나 단가 협상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데다 통합 물류를 통한 운영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마산점 문을 닫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가 실적이 부진한 점포에 대한 체질 개선 조치에 돌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마산점 매출은 740억원 수준으로 롯데백화점 32개 매장 가운데 매출이 가장 적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달 주주들에게 보낸 영업보고서를 통해 “비효율 점포의 경우 수익성·성장성·미래가치를 분석해 전대, 계약 해지, 부동산 재개발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최적의 리포지셔닝 방식을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근무 기본 가이드라인 준수’라는 제목의 전언통신문(傳言通信文)을 보냈다. 전언통신문에서 롯데지주는 “모든 주중 골프 운동을 금하고, 주말을 포함한 해외 출장 업무는 삼가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영 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불요불급한 비용 집행을 지양해달라는 것이다.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은 다음 달 1일부로 ‘바로배송’ 서비스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바로배송은 롯데온 내 롯데마트에서 장보기 상품을 구매하면 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롯데온의 현재 누적 적자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고, 4개 신성장 영역으로 그룹의 사업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최근 현금입출금기(ATM) 사업부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전방위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냈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부진 현상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를 앞세워 급속도로 국내 유통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유통공룡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비심리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른 수건도 쥐어 짜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