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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여성CEO가 뛴다]‘미다스의 손’ 신세계백화점 정유경, 단일 점포 매출 3조원시대 활짝

2015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승진···1996년 조선호텔 입사 후 19년만에 지휘봉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정유경 사장은 백화점·면세점···‘남매 경영’ 본격화
‘고객 불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수
신세계 강남점, 지난해 사상 첫 연 매출 3조원 돌파···국내 백화점 최초

[FETV=박지수 기자] 정유경 신세계그룹(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리틀 이명희’라고 불리는 정 총괄사장은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과 외모뿐 아니라 미술 전공과 뛰어난 패션감각은 물론 강단있는 경영스타일까지 꼭 빼닮았다. 정 총괄사장의 성격은 오빠인 정용진 회장과 곧잘 비교된곤 한다.

 

정 총괄사장은 정 회장과 달리 언론이나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 총괄사장을 향해 ‘은둔형 경영자’라는 또 다른 별칭이 따른다. ‘철의 여인’이라고도 불린 이 총괄회장을 한치의 오차 없이 꼭 빼닮은 정유경 총괄사장. 그는 강한 카리스마와 예술적 감각은 물론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성격으로 ‘정유경만의 신세계’를 새롭게 그려 나가고 있다.

 

1972년생인 정 총괄사장은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명희 총괄회장의 1남 1녀중 둘째로 태어났다. 정 총괄사장의 오빠는 최근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회장이다. 정 총괄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 비주얼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디자인과를 나왔다. 정 총괄사장은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한 뒤 2003년 조선호텔 프로젝트 실장을 거쳐 2009년 12월 신세계그룹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2015년 마침내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에 오르며 입사 19년만에 사장 직함을 달았다.

 

신세계는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비롯해 복합쇼핑몰·편의점 사업은 정 회장이,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면세점·패션·화장품 사업을 맡아 이끌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12월 당시 정 부사장을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정용진·정유경 남매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듬해인 2016년 4월엔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서로 갖고 있던 지분을 맞교환하며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이라는 ‘투톱’ 체제가 더욱 명확해졌다.

 

주식교환을 통해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7.3%에서 9.8%로 늘었고,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2.5%에서 9.8%로 뛰었다. 이에 대해 당시 신세계는 “책임경영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2020년 9월엔 이 총괄회장이 정 회징과 정 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신세계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총괄사장은 모친인 이 총괄회장과 비슷한 ‘은둔형 경영자’다. 이 총괄회장은 1984년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개장 당시 부친이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함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23년 동안이나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07년 3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개보수 개장 행사 때 모습을 나타냈을 정도로 대표적인 은둔형 경영자다. 정 총괄사장은 평소 모친인 이 총괄회장을 가장 존경하면서도 닮고 싶은 인물로 꼽을 정도다. 실제로 정 총괄사장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가 2016년 12월 20년만에 대구 신세계 개장식에서 첫 공식 데뷔무대를 가졌다. 최근에는 은둔의 경영자 타이틀을 깨고 7년만에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정 총괄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장부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승부사로도 통한다. 정 총괄사장은 ‘고객 불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는 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한 미래형 백화점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명품 브랜드 유치를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하고, 우수고객(VIP) 마케팅을 강화해 ‘럭셔리 백화점’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백화점을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닌 예술과 문화를 접목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바꿨다. 학창 시절 디자인을 전공한 정 총괄사장은 경영 전략에서도 특유의 ‘세련된 감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총괄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6년 백화점 사업 외형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원을 투자해 ‘6대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6대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약 1년간 진행된 강남점 새단장·부산 센텀시티점몰 증축, 대구 신세계와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명동점·김해점·하남점 개장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정 총괄사장은 6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6대 프로젝트 성공에 힘입어 2017년 신세계는 재계순위 10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완전 계열분리된지 10년만에 이룬 성과다. 특히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단일 점포 기준 매출 3조원을 넘겼다. 강남점의 지난해 영업면적 3.3㎡(평)당 매출은 1억800만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도 백화점 단일 점포 매출이 3조원을 넘은 건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2022년 약 3조6400억원),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2022년 약 3조1600억원) 정도다. 센텀시티점 역시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면세점 역시 정 총괄사장의 ‘조용한 승부사’적 기질이 돋보이는 사업이다. 정 총괄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세계디에프는 후발주자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3강 반열에 빠르게 합류하며 효자 계열사로 등극했다. 신세계디에프는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뒤 이듬해 5월 명동점을 열었고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 사업에 특히 애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정유경 화장품’으로도 불리는 ‘비디비치’가 대표적이다.

 

비디비치는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첫 화장품 브랜드로 오랫동안 신세계의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은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스타 마케팅을 통한 중화권 시장을 공략했다. 이러한 정 총괄사장의 뚝심으로 비디비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지 7년 만에 매출 19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하며 대박 신화를 써낼 수 있었다.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도 정 총괄사장의 작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8% 신장한 2조557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4% 줄어든 4399억원에 그쳤다. 그동안 강점으로 꼽히던 명품 매충 성장세가 꺾인데다 올해도 불황형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매장 일부를 재단장해 서울 최대 백화점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먼저 기존 신세계면세점으로 운영하던 공간을 백화점 매장으로 바꿔 현재 8만6942㎡인 매장 규모를 9만9594㎡로 확대한다. 또 15년 만에 식품관을 재단장해 전국 최대인 1만9835㎡ 규모의 식품관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한편 이 총괄회장은 지난 8일 정용진 회장을 승진시키면서 지분 구조는 그대로 뒀다. 재계의 예상과는 달리 정 총괄사장은 유임했다. 이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10%를 각각 정 회장·정 총괄사장에게 나눠주면 신세계는 지분 구조상 계열분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총괄회장의 지분 증여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