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태원 SK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호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 파고에도 지분평가액을 1조원 넘게 불린 게 주효했다. 향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지분을 물려받을 경우 주식부호 5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3조281억원에 이른다. 4년 전인 2019년 2월 1일 정의선 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가치가 2조184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조원 가량 증가했다. 2019년 하반기 발생한 코로나19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코로나가 맹위를 떨쳤던 2020년 당시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2월 10일 종가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14만1500원이었는데 1년 뒤인 2021년엔 20만원대로 올라섰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현대글로비스가 코로나장에도 매년 고른 성적을 유지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2018년 16조원대의 매출에서 21조원으로 5조원 넘게 올랐고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에서 1조원을 돌파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7조원과 1조8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평가액이 4년 새 1조원 넘게 늘면서 국내 주식부호 순위도 한 단계 올라섰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2월 1일 기준 국내 주식부호 9위였다. 당시 서경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각각 6위와 3위였다. 지분평가액은 서경배 회장이 4조원대, 최태원 회장이 3조원대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모든 게 변했다. 3명중 가장 바닥에 자리했던 정의선 회장은 한단계 도약했고 서경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이름은 간신히 10위권에 턱걸이했다. 서경배 회장은 국내 주식부호 9위, 최태원 회장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의선 회장과의 지분평가액 차이는 3000억~4000억 수준이다.
정의선 회장이 향후 국내 주식부호 5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주식부호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처럼 선대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 2월 당시에도 7조원이 웃도는 지분평가액을 자랑하며 국내 주식부호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故 이건희 삼성전자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은 이후 국내 주식부호 왕좌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이재용 회장의 지분평가액은 12조원을 훌쩍 넘긴다. 국내 주식부호 중 10조원을 넘긴 것은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국내 주식부호 순위는 6위로 지분평가액은 3조8950억원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에겐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정성이·정명이·정윤이 등 누나 3명이 있다. 지분 상속 과정에서 ‘형제의 난’ 등 아픔이 있던 만큼 비슷한 수준의 배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 4명 몫을 나눈다고 해도 1명 당 1조원 가량의 지분을 갖게 된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평가액에 이를 더하면 정의선 회장의 지분평가액은 4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국내 주식부호 5위에 이름을 올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지분평가액이 4조원 초반대인 것을 고려하면 5위를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이 언제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배구조 강화 차원에서 핵심이 되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정의선 회장에게 상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식 중 현대모비스 지분이 가장 큰 만큼 정의선 회장이 이를 상속하게 될 경우 국내 주식부호 순위도 단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