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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클로즈업] 이재용이 선택한 삼성전자 첫 홍일점 CEO ‘이영희’

삼성 계열사서 첫 非오너 여성 사장 탄생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 만든 주인공
삼성전자 “고객 중심 마케팅 혁신 기대해”

 

[FETV=김수식 기자] 삼성전자의 높은 ‘유리천장’이 깨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다. 그 주인공은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이다. 그는 5일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영희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그래서 그는 '홍일점 CEO 1호'로 불리며 삼성전자의 역사가 됐다. 

 

삼성전자는 고위 임원급에선 유리천장이 유독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2’만 봐도 삼성전자 내 여성 임원 비율은 2020년 6.3%에서 2021년 6.5%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사장급 이상에서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삼성전자는 5일 이 사장을 포함해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여기서 이 사장은 삼성전자 첫 여성 사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이 사장에 대해 “삼성전자에 입사 후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며 고객 가치·경험 중심 회사로의 성장을 선도해 왔다”며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1964년생으로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대학원에서 광고마케팅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1991년 유니레버 코리아에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한 뒤 SC 존슨 코리아에서는 마케팅디렉터, 로레알 코리아 약국병원사업부에서는 총괄이사를 지냈다.

 

삼성전자에 합류한 건 2007년이다. 이 사장은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마케팅그룹장으로 시작해, 3년 후인 2010년에 비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에도 탄탄대로였다. 2013년엔 갤럭시 스마트폰의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흥행에 성공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부터는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으며 스마트폰부터 생활가전까지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인사다. 2013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포브스는 “삼성전자의 소비자층을 명확히 분석해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도입했다”며 “올림픽과 패션행사, 아카데미 시상식 등 다양한 문화행사에서 마케팅을 주도하며 전자기술 전문업체로 인식됐던 삼성전자를 소비자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국제광고제‘칸 라이언즈’에서 역대 최다인 총 29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같은 해 국내 기업 최초로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성과로 인해 이 사장은 그간 꾸준히 삼성전저 첫 여성 사장으로 이름이 거론돼 왔다. 앞서 신세계그룹을 시작으로 LG그룹, SK그룹의 각 계열사에서 여성 최고경영자가 나오면서 올해는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전자도 꾸준히 여성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11년 전에도 그랬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2011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그룹 여성 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여성이 임원으로 끝나서는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치지 못할 수도 있다. 여성도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자리에 그룹 내 여성 전문경영인 7명과 이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당시 제일모직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도 평소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 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8월 진행된 여성인력 간담회에선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