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1362.6원을 기록, 2009년 4월 1일 이후 가장 높았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936/art_16623380011574_1e80ba.jpg)
[FETV=권지현 기자] 원화의 잠 못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자산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원화 가치가 초약세로 돌아서면서 금융권에는 짙은 긴장감이 드리우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거래일인 이달 2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362.6원을 기록,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현재의 초강달러 현상은 한은이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뒤 나온 결과라 특히 주목된다. 중앙은행이 '돈의 값'인 금리를 잇따라 올렸음에도 달러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밟은 데 이어 8월에는 올 들어 네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1.0%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지난달 7년 6개월 만에 2.5%까지 뛰어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원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는 데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상단 기준)의 기준금리는 2.50%로 동일하지만 앞으로 '더 벌어질' 기준금리 격차가 원화 가치에 미리 반영돼 원·달러 환율을 계속해서 떨어뜨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 기준금리 전망치[단위: %]](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936/art_16623361198572_9cfa55.png)
올해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연내 10월, 11월 두 번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11월, 12월 총 세 번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이 우리보다 금리 인상의 기회가 한 번 더 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까지도 물가를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기침체 등을 고려해 한은이 남은 두 번의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 금융권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 전까지만 해도 연준이 이달 20~21일(현지시간)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린 뒤 남은 두 번은 0.25%p씩 인상할 것이라 내다봤다. 연말이 되면 3.5% 수준에 안착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자 이달 0.75%p 인상으로 급선회, 연말이 되면 3.75%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 2.75~3.0% 전망은 합리적"이라며 올해 남은 두 번의 금통위에서 각각 0.25%p, 연말 3.0% 수준의 기준금리를 예고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현재 동일한 수준인 한미 기준금리는 연말이 되면 0.75%p까지 대폭 벌어지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원화 약세는 미국이 한동안 지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원화 약세는 우리나라 수입물가 상승 등을 불러오기에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리고는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내년 두세 번 더 미국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며, 4.0% 수준까지 갈 것이라 보고 있다. 이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p로 더 벌어지게 되며, 환율은 현재 1350~1360원 수준에서 더 뛰어오를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3일 한 인터뷰에서 "연준이 연말에 4%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진단하며 "긴축정책이 불가피하게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구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달러화의 강세 구간 종료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추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