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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 뚫린 환율...경제위기 신호탄일까

원·달러 환율 이틀 연속 1300원대...다시 찾아온 역대 세 번째 고환율
강달러, 수출에 직격탄...인플레·금리인상 부추기며 '복합위기' 계속된다

 

[FETV=권지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역대 세 번째로 1300원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에 '경기침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연일 치솟는 환율이 고물가와 '셀 코리아'를 자극하면서 우리나라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위기를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5원(0.42%) 하락한 1306.0원에 마감했다. 7일 오전 현재 1306.9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론 최근 2주 새 5거래일 동안이나 1300원을 넘어섰다. 달러인덱스는 6일 107.10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2년 11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뚫었던 적이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2002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이었다는 점은 현재의 고환율이 한국경제에 '공포'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13년 만에 환율 '1300원 시대'가 닥친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안전자산인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를 크게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원화 가치가 예전만 못해 같은 물량, 수량을 수입해도 돈을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심화시켜 자산시장에도 위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환율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기는데 이는 금융수지 상으로는 다시 환율 상승의 원인이 된다"면서 "한마디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인데, 환율만 보면 거의 위기 수준까지 와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는 맥을 못추고 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77p(2.13%) 내린 2292.01에 장을 마쳤다. 2300을 밑돈 것은 2020년 10월 30일(2267.15) 이후 1년 8개월여 만이다. 외국인의 국내 시가총액 비중은 한 달 새 368조원이나 급감했다.

 

고환율은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겨 소비시장의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미 물가 상승은 최대치에 진입했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4월(118.59)보다 0.5% 높은 119.24(2015년 수준 100)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이후 5개월째 오름세로, 1년 전보다 9.2% 높아졌다. 생산자물가는 한 달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추가적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도 이를 반영, 소비가 움츠러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한 달 전보다 0.6%p 상승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던 2012년 4월과 같은 수치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전월 대비 상승폭도 최대폭을 기록했다.

 

금융권은 고물가가 다시 금리 인상을 불러와 당분간 복합적인 위기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이 이달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한 데다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도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저울질하고 있다.

 

7일 공개된 연준의 6월 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기대가 연준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수준까지 표류할 수 있다"며 "가파른 금리인상이 혹 경기둔화를 초래하더라도 금리를 인상해서 물가를 잡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력한 긴축모드를 예고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한국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만, 문제는 이 같은 시장의 경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라며 "믿을 것은 외환당국이지만,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6일 환율 상승폭에 제한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1400원대를 넘어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론 현재의 고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란 시각도 있다. 6월 이후 하락 국면을 맞고 있는 국제유가가 수입물가를 상대적으로 진정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경기침체 등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가상승 진정 등 교역조건 개선 가능성이 반영되면 원달러 환율 약세 추이는 진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