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LG이노텍이 올들어 연일 쾌속질주하고 있다.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는 데 발맞춰 LG이노텍의 1분기 실적도 고공행진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전통적 비수기인 올해 1분기엔 3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기업인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일종의 '애플 효과'가 LG이노텍의 1분기 성적표에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장사업이다. LG이노텍의 전장사업은 5년 연속 적자 행진하고 있다. 올해 1분기도 전장사업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과 러.우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전장사업의 1분기 흑자 전환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LG이노텍 입장에선 전장사업이 아픈 손가락인 셈이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1분기 어닝 서플이즈급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활짝 미소짓지 못하는 이유다.
◆“애플 잘나가네” LG이노텍, 1Q 매출 3조원=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아이폰13은 주요 8개국 가운데 7개 국가에서 판매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중 영국 점유율은 가장 높은 29%에 달했다. 이어 독일(23%), 미국(21%), 프랑스(18%), 일본(14%), 한국(11%), 중국(8%)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을 제외한 6개 국가에서는 13·프로·프로 맥스 3기종 모두 판매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4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나타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해 지역별 글로벌 스마트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순위를 집계한 결과 애플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8개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전체 점유율은 60%로 1년 전에 비해 5% 증가했다. 삼성전자(17%), 화훼이(6%), 샤오미(5%) 등을 뛰어넘는 독보적 1등이었던 셈이다.
또 애플은 작년에 스마트폰으로만 19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위 삼성전자(720억 달러) 대비 63% 이상 높은 수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OEM으로써 애플은 아이폰12·13 시리즈의 5G 업그레이드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60%의 판매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화훼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2021년 모든 지역의 프리미엄 부문에서 최고의 OEM이 됐다”고 평가했다.
통상 1분기는 IT 업계의 비수기로 통해 부품사의 공급량도 위축되지만 LG이노텍은 애플 효과에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애플의 카메라 공급사인 만큼 아이폰 호재가 예고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이노텍의 1분기 매출은 3조8244억원, 영업이익은 3262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6%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지만 매출은 역대 최대치다.
◆만년 적자 전장사업, 올해도 쉽지 않을 듯=하지만 전장사업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1분기에도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이노텍 전장사업은 2017년부터 5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장부품은 유의미한 매출액 증가가 어려운 상황이고 적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난의 주요 원인은 크게 ▲생산량 부족 ▲사용처 확대 ▲코로나19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반도체와 달리 마진이 크지 않은 탓에 애초에 생산량 자체가 부족했다. 일반차의 생산원가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2% 수준에 불과하다. TSMC의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70%에 달하지만 전체 매출 중 MCU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에 그친다.
그런데 자동차의 구동 방식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전환되는 전동화로 차량용 반도체의 사용량이 늘어나게 됐다.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전기차만 하더라도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반도체 사용량은 2~3배 높고 자율주행차의 경우 약 7배 이상 늘어난다. 여기에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로 반도체 주문량을 줄이면서 공급난이 심화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반도체 공급난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수급 개선은 예상보다 느리고 관련된 우려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의 크립톤, 네온 생산 시설은 전쟁 발발 후 가동이 중단됐으며 전쟁 종료에도 재가동 시점이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