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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신경영 키워드는 '아래로부터'

기존 톱다운 방식에서 '보텀업' 경영 도입 활발
주요 소비자 'MZ' 목소리 듣기 선택 아닌 '필수'

 

[FETV=권지현 기자] 최근 국내 금융지주의 경영 화두는 '젊은 층으로의 조직문화 혁신'이다.

 

과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조직의 하단부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톱다운 이노베이션'이 주된 전략이었다면 최근엔 정반대인 '아래로부터'이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급 임직원의 제안으로 산발적 혁신이 이뤄지는 '보텀업 이노베이션'이 혁신 전략의 큰 흐름이 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은행·증권·보험·카드·제2금융 등 금융의 전 부문을 막론하고 주된 소비자로 떠오른 'MZ세대(20~30대)'가 있다. 기존에는 단순히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서비스를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내놓았다면 이제는 MZ'직원'을 품어 젊을 층을 보다 정확히 겨냥, 그룹의 문화를 바꾸려는 전례 없는 시도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MZ세대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직접 CoP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CoP 페스티벌'은 그룹 내 실무자들이 모인 학습·연구형 조직에서 산출된 정보와 경험을 그룹 전체로 확산시키는 자발적이고 지속적 모임이다. 2016년부터 6년째 시행 중이지만 최근 페스티벌은 의미가 다르다. MZ세대 직원들이 참여해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다. 'KB SONG'을 비롯해 가맹점 수수료 관련 법률을 변경하기 위한 입법 제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시너지 확장 방안, 상생 가치 실현을 위한 고객 참여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안 등이 모두 이 자리에서 탄생했다.

 

이날 MZ세대의 여러 아이디어를 경청한 윤 회장은 "CoP를 통해 산출된 지식과 경험을 그룹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자"며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연구 과제를 발표한 직원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변화해 KB를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30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MZ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 세대 약 10명으로 구성된 자치 조직인 '후렌드(who-riend) 위원회'를 만들어 젊은 층의 전략적 인사이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후렌드는 '후(who·누구)와 프렌드(friend·친구)'의 합성어로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MZ세대의 특성을 의미한다. 업무 범위 등에 한계선을 두지 않고 직원들의 창의성·주도성 발현에 집중, '신한 문화' 재정립의 일환으로 MZ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운영 관련 모든 결정권도 위원회에 부여했다. 신한지주는 향후 후렌드 위원회 운영 성과와 개선점을 분석한 뒤 MZ세대 중심 자치 조직 구성을 전 그룹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후렌드에는 직급과 소속 등을 뛰어 넘어 모두가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지난 연말 MZ직원과 적극 소통하고자 디지털그룹 내 'MZ마케팅팀'을 신설했다. MZ마케팅팀은 과장급 팀장을 포함한 모든 팀원이 MZ세대다. 우리은행은 이들을 필두로 MZ세대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콘텐츠 발굴, 상품 개발, 융·복합 서비스 제휴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업무 대부분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MZ마케팅팀을 통해 MZ세대 고객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뱅킹앱 메인화면을 새로 만들었으며, 'My편의점' 등의 서비스도 선보였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의 보텀업 경영은 향후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금융 전 부문에서 2030세대가 새 소비자로 부상한 만큼 MZ직원들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이들을 주된 고객으로 편입시킨다는 전략이 강화될 것이란 뜻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증권가를 휩쓴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자 절반이 MZ세대란 것을 듣고 '이제 정말 금융권도 변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덩치가 큰 금융그룹들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