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홍의현 기자] KB금융그룹 생명보험 계열사인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독립 경영이 올해도 유지될 전망인 가운데 두 생보사 병행 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독립 경영을 올해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독립 경영 정책은 양사의 주력 판매채널이 달라 합병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과 금융당국이 최근 ‘1사 1라이선스’ 정책 유연화를 예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KB생명은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한 방카슈랑스와 법인보험대리점(GA) 등 영업 채널에서 강점을 보이고, 푸르덴셜생명은 전속 영업조직인 라이프플래너(LP)와 GA 중심의 판매채널에 특화돼 있어 이 같은 전략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1사 1라이선스 허가 정책 유연화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실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독립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 1사 1라이선스 정책은 한 금융그룹 내 1개의 생명보험사와 1개의 손해보험사만 두도록 규정한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합병해야 하지만,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개별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KB금융의 생보사 독립 경영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탄생시킨 신한금융그룹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신한라이프는 2년여 동안 ‘뉴라이프추진위원회’를 통해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물리적인 통합 작업과 함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소속 직원들이 한 회사의 일원임을 강조하는 ‘화학적 통합’도 함께 추진한 바 있다.
합병 이후 신한라이프는 가상 모델 ‘로지’를 활용한 파격적인 광고 마케팅으로 생소한 브랜드명을 고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또한 생보사 중 최초로 헬스케어(건강관리) 자회사인 ‘신한큐브온(CubeOn)’을 설립하는 등 합병을 통해 업계 중위권 보험사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KB금융의 생보사 투트랙 체제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벌써부터 "KB금융이 양사를 합병할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적당한 시점에 통합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조직과 인력, 전산, 재무 등 합병 작업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KB생명의 당기순손실 구조도 그중 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KB생명은 지난 2020년 2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141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허정수 전 대표에 이어 지주 재무총괄(CFO) 출신의 이환주 대표를 새롭게 선임한 것은 이 같은 적자구조를 벗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취임식에서 “빠르고 강한 실행력으로 고객중심의 가치성장을 추구하면서 일류 생명보험사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B생명 관계자는 “당기순손실 구조는 당사의 영업 규모가 늘어나면서 신계약비 지출 금액 등이 증가해 발생한 것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다”며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푸르덴셜생명과의 합병 문제는 당장 논의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도 “KB금융 편입 출범 당시 밝혔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푸르덴셜 사명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