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지난해 역대급 수주 행진을 보였던 조선업계가 수주 목표치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발주량이 대폭 늘었던 컨테이너선은 기저 효과로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였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는 건재할 것이란 분석이다. 친환경 이슈가 여전하고 노후 선박의 교체 주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조선 호황 기대가...눈높이 올리는 K-조선=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발주된 선박은 1846척(4573만CGT)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965척(2280만CGT)을 확보해 점유율은 50%를 기록했고 한국은 403척(1735만CGT)를 수주해 2위를 나타냈다. 다만, 조선사와 선주가 연말에 발주된 선박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경우가 있어 연간 수주량은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조선 시장은 오랜 가뭄 끝에 ‘수주 훈풍’을 맞봤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28억달러(잠정 기준) 규모의 일감을 수주하며 당초 목표치인 149억달러를 초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연간 수주 목표 대비 모두 130%를 초과했다. 이들 기업 모두 2~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조선사들의 ‘곳간’이 선박들로 쌓인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물동량이 증가하자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늘었고 친환경 이슈가 커지면서 LNG선 수요가 상승했던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만2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 발주는 2020년 동기 대비 150척 이상 증가했고 LNG선(140,000m³ 이상)은 34척 늘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 목표치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조선해양 부문 수주 목표를 174억4000만 달러로 설정했다. 전년 목표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조선산업에 기대감이 높은 만큼 눈높이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 여파로 올해에도 LNG선이 ‘효자’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보적 기술력’ K-조선, 신바람 탈까=중국의 수주량이 높았던 이유는 컨테이너선 발주량 중 약 60%를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대란으로 선사들의 운임 지표로 활용되는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치솟았고 비대면 소비문화가 이어지면서 선주들의 발주가 이어졌다. 반면, 국내 수주량은 중국 대비 절반에 불과했다.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1년 컨테이너선의 집중 발주로 올해 컨테이너 투자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며 “발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체 신조선 발주량 감소의 주원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삼성중공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101/art_16413415600491_18823a.jpg)
반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LNG선 한 척당 건조가격은 4년 만에 2억 달러를 넘겼는데 친환경 이슈가 이어져 발주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2030년에 운항하는 모든 선박은 200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2050년에는 70%까지 감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박들은 엔진출력을 제한하거나 연료를 변경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또 IMO 규제로 모든 선박은 내년부터 EEXI(기존선에너지효율지수) 기준을 지켜야 한다. 기준값을 통과한 선박만 IEE라는 에너지효율검사증서를 받아 운항할 수 있다. IMO는 연비에 따라 선박을 5단계(A~E) 등급으로 나누는데 D와 E등급은 선박을 정비한 이후 승인을 받아야 운항할 수 있다. IEE 증서가 없는 선박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선박으로 교체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밝힌 ‘K-조선 재도약 전략’에 따르면 20년 이상 운항 중인 노후 선박은 전체 12.3%에 달했다. 노후선은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려도 EEXI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교체 주기가 도래한 상태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이에 따라 LNG 사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LNG운반선 발주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LNG는 극저온 탱크에 저장해야 운반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기술은 국내 조선사들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2년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LNG 선박 발주 역시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주요 조선사 대부분이 2021년 초과 수주를 달성했는데 이에 따라 2022년 가격 위주의 선별적 수주가 예상돼 선가 상승 모멘텀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