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들이 지난 3월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 대기 중인 모습.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146/art_1637202507161_c12142.jpg)
[FETV=이가람 기자] 전례 없는 증권시장 활황에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가 전체 발행주식 수의 절반이 넘는 국민주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영향력도 커지는 모습이다. 소액주주란 지분율이 1% 미만인 주주를 의미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통주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올해 9월 말일 기준 518만880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75만4623명) 대비 343만4181명(195.72%) 급증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SK하이닉스(137.44%), 네이버(110.59%), 삼성바이오로직스(69.53%), 카카오(259.91%), LG화학(54.32%), 삼성SDI(38.44%), 셀트리온(81.19%) 등도 1년 전과 비교해 소액주주가 크게 늘었다. 이들 기업의 소액주주 수는 총 944만7760명이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말 소액주주가 56만명이었는데 지난 4월 중순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로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국민주로 등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코로나19 사태 수혜주로 꼽혀 주당 85만원대의 고가임에도 7만명에서 12만5000명으로 소액주주가 증가했다. 현대차는 관련 공시를 하지 않지만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량(1304만주)을 반영하면 소액주주가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실력 행사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셀트리온 경영진에게 실적 축소와 주가 급락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지분을 합쳤다. 이렇게 모인 지분은 1150만주(8%)가 넘었다. 국민연금공단(7.48%) 및 아이온인베스트먼트(7.06%)와 연합하면 경영진 교체까지 가능하다. 비대위는 국민연금에 셀트리온의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진의 일방적인 독주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 셀트리온그룹이 추진 중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게 될 전망이다.
HMM의 소액주주들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HMM이 3조원가량의 현금을 들고 있는데도 전환사채에 이어 영구채도 갚지 않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HMM은 기업소개(IR) 홈페이지에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게시했다. 올 연말까지 결손금을 집계해 배당을 검토하고, 채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영구채를 조기 상환하겠다며 소액주주들을 달랬다. 현재 HMM의 결손금은 4조4439억원, 영구채 규모는 3조2800억원에 달한다.
LG화학도 배터리사업부 물적 분할을 두고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은 전기자동차 산업 본격화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배터리부문이 빠지면 오랫동안 LG화학을 응원해 온 주주들이 이익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법 제530조 3의 6항에 의거하면 회사의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해 각 회사의 주주 부담이 가중될 시 그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LG화학은 배터리부문에 가려져 있었던 석유화학·첨단소재·바이오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인수합병(M&A) 및 업무협약(MOU)을 통해 생명과학과 신약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고 회사와 소액주주들이 늘 대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소액주주들은 적대적 M&A 등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도 하고,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는 등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대주주의 횡포를 막고, 주주 친화적인 기조를 심고, 실현 가능한 제안을 내놓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회사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액주주들은 회사에 항의 전화를 걸거나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불만을 표출했는데 활동 영역과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투자자가 급증한 상황이고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도 많아지면서 경영진들이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