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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클로즈업] 경영능력 시험대 오른 배재훈 HMM 사장

사상 최대 실적에도 1년 연임에 그쳤던 배재훈 HMM 사장
정시성은 최악인데 운임료는 ‘훨훨’…HMM 실적 ‘이상무’
경영능력 시험대는 파업리스크 해소…해상직 노조, 사직서 카드

[FETV=김현호 기자] 해운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힘입어 HMM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한 해 농사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노조 리스크’가 지속되는 점은 회사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9월1일 노사간 마지막 임금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배재훈 HMM 사장의 경영능력도 덩달아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 운송시간 맞추는 정시성 최악…“SCFI 하반기에도 가파르게 상승”=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파죽지세로 치솟고 있다. 27일 기준 SCFI는 전주 대비 45.44포인트 증가한 4385.6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16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4개월 만에 10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SCFI는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지수로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임 지표로 활용된다.

 

유럽노선을 제외한 주요 노선 운임이 모두 증가했다. 아시아~미주 동안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1만1138달러를 기록했다. 5주 만에 1만10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주 대비 262달러 증가했다. 서안도 FEU당 22달러 오른 5949달러를 나타냈고 남미노선은 처음으로 1TEU(길이 6m 컨테이너) 당 1만달러를 넘었다. 반면 2주 연속 하락한 유럽 노선 운임은 1TEU당 7365달러에 그쳤다.

 

SCFI는 하반기에도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앞으로도 수출기업과 컨테이너 선사의 입장이 상반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달 해운업계의 정시성은 평균 35.6%를 기록했다. 이는 컨테이너선 10척 가운데 4척도 정해진 시간에 운송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7월 정시성은 6월보다 3.8%포인트 하락했고 전년 대비 39.7% 포인트 줄어들었으며 7~80%를 상회하던 2019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물품소비가 늘어나면서 해운 물량도 크게 증가했지만 코로나 여파에 인력들의 작업 숙달도가 떨어져 항만적체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작업할 수 있는 선박은 제한적이지만 그 이상의 물량이 나오다 보니 적체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2분기 실적발표 이후 “항만 적체현상으로 2~3일간 지체가 발생한다”며 “이는 전체 글로벌 컨테이너선 선복을 16~20% 감소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실제 하팍로이드의 7월 정시성은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도 47.3%에 불과했다. HMM은 21.1%를 나타내 같은 기간 3분의 1 수준까지 추락했다.

 

 

나민식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CFI는 컨테이너선 부족이 아니라 컨테이너박스 회전율이 낮아져 상승한 것”이라며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이 20%까지 상승했는데 항만적체현상이 끝난 이후에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SCFI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며 “하반기 계절적인 물동량 증가에 더해 재고보충 수요까지 더해지면 SCFI 상승률 역시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배재훈 사장, 파업 우려 지우며 경영능력 입증할까?=잘나가는 HMM의 고민거리는 노조의 파업 리스크다. HMM 육·해상직 노조는 그동안 이어져 왔던 임금동결과 올해 경영 성과를 이유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사측은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상직 노조는 임금 25%, 성과급 12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임금인상 8%, 상여금 500% 지급 등을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임금협상에 직접 나서고 있는 배재훈 사장은 HMM의 최대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라선 상황이다. 배 사장은 2019년 취임 이후 회사의 체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과 디 얼라이언스 해운동맹 활동에 주력했다. 그 결과 HMM은 지난해 2분기, 2015년 1분기 이후 21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며 완벽한 ‘턴어라운드’를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운임료까지 크게 오르자 3, 4분기에도 대규모 흑자를 올리면서 10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배 사장은 사상 최대 성과에도 1년 연임하는데 그쳤다. 통상 기업 CEO의 임기가 연장될 경우 3~4년을 보장받는 것에 반해 채권단은 다른 선택을 했던 것이다.

 

짧은 임기를 보장받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HMM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이유를 배재훈 사장의 경영능력에서 찾지 않았다. 운임료는 코로나19 여파에 컨테이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부르는 값’이 된 영향이 컸고 초대형선박 투입과 디 얼라이언스 활동은 배 사장의 취임 전부터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 사장의 전임자였던 유창근 전 사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누적적자를 2조원 가까이 쌓았지만 3년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배 사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2022년에 끝나는 만큼 올해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임기를 짧게 연장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HMM은 6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미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실적을 뛰어넘은 상태다. 올해 실적은 ‘새역사’가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배재훈 사장의 올해 경영능력은 이번 임단협 결과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사직서 카드 꺼내든 노조...극적협상 가능할까?=HMM 노조는 배재훈 사장과 함께 다음 달 1일, 마지막 협상 테이블을 열기로 했다. 이번 협상도 결렬되면 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수출 대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상직 노조는 지난 22~23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으며 육상직노조는 이날까지 투표를 진행해 파업 여부를 오후에 결정지을 예정이다.

 

파업이 이뤄지면 물류 배송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화주들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화주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유력한 만큼 노사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사직서 제출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파업이 이뤄질 경우 노조도 화주의 손실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아예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 것이다.

 

노조의 사직서 압박은 스위스 선사 MSC의 선원 모집에 따른 결과였다. 최근 MSC는 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 선원 모집에 나섰다. MSC가 제안한 연봉은 현재 HMM 직원들이 받는 급여에 2.5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선사는 HMM이 유일한 만큼 MSC가 대놓고 HMM 선원들을 타깃으로 채용공고를 낸 것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 주가는 사상 첫 파업 가능성으로 해외선사 대비 가장 부진했다”며 “노조는 수차례 파업과 이직 등 극단적인 결정을 유보해줬고 회사 입장에서도 올해 6조원에 달하는 이익에 비하면 노조의 요구가 큰 부담이 아니라는 점에서 파업은 피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근 HMM은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담합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위기에 처했고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에서는 할증료 문제로 조사까지 받고 있다. 잘나가는 HMM에 대외 변수가 커진 가운데 노사간 갈등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협상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배재훈 사장이 바람 잘 날 없는 HMM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