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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인물 투데이] 한국의 워런버핏 꿈꾸는 SK 최태원

SKT, 10일 이사회 열고 인적분할…SK하이닉스, 투자회사의 자회사로
하이닉스, 투자여력 생겼지만...손자회사 지위 변화없어, ㈜SK와 합병 필요
합병 위해 ㈜SK 기업가치 높여야, 140조 기업 성장위해 주가는 200만원 목표

 

[FETV=김현호 기자] SK텔레콤이 10일, 이사회를 열고 창립 37년 만에 회사를 둘로 나눈다. 분할 방안은 인적분할로, 통신사업을 영위하는 존속회사와 중간지주회사인 신설회사(투자회사)으로 나누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는 투자회사에 자회사로 편입돼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이번 분할로 투자의 길을 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인 점은 변화가 없다. 그동안 통신기업의 자회사로 있어 반도체 지원이 어려웠던 점만 해소되는 셈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 ㈜SK가 향후 중간지주회사와 합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이 추진되려면 ㈜SK의 기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중간지주회사의 가치가 ㈜SK보다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SK가 4년 안에 기업가치를 7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선언한 점도 합병을 염두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이 투자전문회사로 탈바꿈한 ㈜SK가 보험업을 본업으로 두고 있는 워런버핏의 퍼크셔 해서웨이처럼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적분할 하는 SKT, 하이닉스 염두한 ‘포석=SK텔레콤이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이날 의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지난 2018년 중간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지 3년 만이다. 사측은 5대 1 액면분할도 동시에 하기로 했고 6대 4 비율로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나눠진다. 중간지주사는 SK하이닉스, 11번가 등 핵심 계열사를 자회사로 세우게 됐다. 박정호 대표는 중간지주사의 신임 대표로, 사업회사의 대표는 유영상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 대표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분할의 표면적인 이유는 투자 접근성과 기업가치를 한 차원 높이기 위함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신설법인의 지분을 갖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하기로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점도 인적분할을 선택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가치를 보고 SK텔레콤에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물적분할로 하이닉스 효과를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분할은 그룹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필요가 있다. 앞서, 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국내 기업 가운데는 드물게 4년 안에 시가총액을 7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 ㈜SK가 중간지주사와 합병을 염두해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중간지주사의 가치가 ㈜SK보다 크기 때문에 합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합병은 없다지만...“시간문제일 뿐”=이번 인적분할로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SKT 중간지주→SK하이닉스로 변경됐다.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인 점은 변화가 없지만 ㈜SK와 중간지주사가 합병하게 되면 자회사로 위치가 변경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시간문제라는 반응이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인수합병을 하기 위해서는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이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한 ‘행위제한 요건’을 뜻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3조58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났는데 이 같은 요건으로 공격적인 M&A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SK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머지않아 ㈜SK와 중간지주사 간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할 수도 있지만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10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순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설회사가 SK하이닉스 관련 주요 투자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이다 보니 투자에 제한이 많아 주주친화적인 분할 정책으로 인해 동사의 기업가치는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주가 200만원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SK…어떻게?=투자전문회사로 탈바꿈 한 ㈜SK는 지난 3월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자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의 9일 종가는 27만500원으로 상장 주식수(7036만297주)를 고려하면 시가총액은 약 19조원이다. 회사가 주식을 추가상장 하지 않을 경우 주가가 2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야 목표 달성에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해 ㈜SK는 글로벌 기업 인수와 파트너십을 통해 소재 라인업을 확장하고 전기차, 5G에 필요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친환경 영역의 핵심 사업인 배터리에서는 선제적인 글로벌 인수합병을 통해 2개 이상의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을 내재화 한다는 구상을 세웠고 바이오는 신약개발 기간을 3분의 1로 줄이기 위해 개방형 혁신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SK가 추구하는 ‘ESG 경영’ 전략의 핵심영역인 수소에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아시아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해 2025년까지 2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개인과 산업, 사회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개인용AI 시장에서는 이용자의 일상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용AI 시장에서는 각 산업별로 특화된 AI를 공급하여 생산성 개선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의 목표주가를 40만원으로 설정하면서 “SK는 중장기 성장전략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전문가치투자자’를 제시했다”며 “SK 자회사의 순차적 IPO(기업공개) 및 구주매출로 ‘투자형 지주회사’의 선순환 구조 공고화가 예상되고 수소사업 진출, REITs(리츠) 사업 진출, 바이오 사업 확대 등 신성장 포트폴리오 강화 지속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SK의 차세대 비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3월에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원료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 신약 공급의 길을 열었고 ㈜SK가 지난 2018년 2500억원을 투자한 동남아의 ‘우버’ 그랩은 올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측은 상장이 완료되면 지분가치가 약 2.4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4월에는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한 한국 시그넷 EV에 293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했다. 또 유럽 전기차 제조사인 폴스타에는 6000만달러(약 669억원)를 투입해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의 파트너로 협력하기로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과 성능이 높고 높은 전류량을 송출할 수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 시장을 위해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400억원을 투자했고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대량생산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사에도 투자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