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낸드플래시 사업 규모를 확장시키겠다며 공격경영의 깃발을 치켜들고 나섰다.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수대금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이고 ‘기업가치’ 100조원 시대를 열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 [사진=SK하이닉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145/art_16045348873342_e05745.jpg)
◆인텔 낸드부분 인수 ...삼성전자 맹추격 팔소매 걷어=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 10조3104억원을 들여 인텔의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 사업 전체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자동차 전장 업체인 하만(Harman)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9조2000억원)을 뛰어넘는 국내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투자에는 D램에 편중된 회사의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에서만 20조292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 사업 가운데 75.1%를 차지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양대 산맥인 낸드플래시 매출은 5조1395억원으로 삼성전자가 기록한 매출 (18조8000억원)대비 약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지난 2분기 기준, 30.1%로 삼성전자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은 12.2%로 삼성전자(33.8%), 키옥시아(17.6%), WDC(13.9%), MU(11.2%)에 이은 5위에 머물렀다. 인텔 인수가 마무리 되면 단순 계산시, 하이닉스의 낸드 점유율은 22.8%까지 올라 삼성전자에 이은 2위까지 치솟게 된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키옥시아(옛 도시바)로 SK하이닉스의 낸드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앞서 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한미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키옥시아에 4조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약 1조3000억원을 전환사채(CB) 형식으로 투자했는데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약 15% 가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키옥시아의 실적이 연결재무제표 형태로 하이닉스에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는 인수금액의 논란을 떠나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는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공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145/art_16045351946607_01ffc5.jpg)
◆현금 부족한데...실탄 어디서 구하나=SK하이닉스는 인텔 사업 인수를 공시하며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하이닉스의 지난달 19일 종가는 8만6700원이었지만 공시 이후 3일 연속 떨어졌다. 이는 인수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수대금은 다소 비싸보이고 SK하이닉스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10조원이 넘는 인수금액 가운데 8조192억원을 2021년 말까지 1차 지급하기로 했지만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1년 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SK하이닉스의 유동자산은 상반기 기준, 17조3628억원이지만 현금성자산은 3조9182억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지난 2018년 현금자산도 2조3493억원에 그쳤다. 이는 첨단 설비를 바탕으로 반도체 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유지·보수에만 상당한 금액이 지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하이닉스의 유형자산 가운데 기계장치의 감가상각비만 6조9529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등 외부차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민성 연구원은 “독자적인 운영자금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낸드의 사업개선이 어렵다면 추가적인 차입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4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1차 거래대금 가운데 절반은 현금자산을 통해 납부할 것이며 남은 금액은 내년 사업을 바탕으로 한 수익과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조달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콜’ 행사장 등장한 이석희 대표, “낸드 매출 3배 성장”=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가 직접 컨콜에 참여한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SK하이닉스의 미래를 결정짓는 투자가 이뤄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석희 대표도 인텔 사업 인수에 관해 “회사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희 대표는 “5년 내에 낸드 매출을 인수 이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켜 기업가치를 ‘Top Memory player’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낸드 매출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15조원 이상의 매출 증대를 이루겠다는 계산을 세운 것이다. 지난해 기업가치 100조원 시대의 포부를 밝혔던 이 대표가 SK하이닉스에 ‘날개’를 달아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