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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CEO 리뷰]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도전과 안정 꿈꾸는 '게임리더'

[FETV=송은정 기자] 이정헌은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다. 그는 1979년 태어났다. 2003년 넥슨코리아 게임기획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네오플 조종실 실장, 넥슨코리아 피파실 실장과 부사장을 거쳐 2018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정현 대표가 넥슨코리아 신입사원에서 최고경영자로 변신하는데 꼭 15년이 걸렸다. 짧다면 짧은 그의 15년 스팩만 꼬집어 보면 이정현 대표는 뼈속까지 '넥슨맨'이다.

 

그는 과거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마케팅에 실력을 발휘했고 ‘피파온라인3’ 출시를 이끌어 국내 PC방시장에 안착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게임업계에서 보기 드문 비개발자 출신 최고경영자로서 경영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개발에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활동, 노동조합 출범과 근로환경 개선=2018년 9월3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는 넥슨 노조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를 출범했다. 게임업계 최초 노조다. 가입 대상은 넥슨코리아와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이다.

 

넥슨 노조는 선언문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가 12조 원대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게임을 설계하고 만드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며 “무리한 일정에 갑작스런 요구와 프로젝트가 접히면 이직이 강요되는 상시적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야근이 공짜가 됐고 주말 출근 때는 교통비만 쥐어줬다”며 “빈번해진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를 앞두고 밤샘근무 등 평소보다 강한 강도로 일하는 행태)로 과로는 일상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정헌은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이정헌은 2018년 9월4일 사내 공지를 통해 “노조 활동을 존중하고 충분한 대화로 원만한 합의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업계에 귀감이 되는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전달했다.

 

노조활동의 결과로 넥슨코리아는 2019년 8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다. 넥슨코리아 노사는 2019년 2월20일 제7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뒤 2019년 3월4~5일 이틀 동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포괄임금제 폐지 등 복지와 근로환경 관련 단체협약’을 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96.9%, 찬성 98.8%로 협약이 가결됐다.

 

단체협약은 ▲8월 포괄임금제 폐지 ▲전환배치제도 개선 ▲유연근무제 개선 ▲복리후생 및 모성보호 확대 등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한 조항 79개를 포함했다. 이정헌은 노조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넥슨코리아는 2018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에 발맞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주말과 법정휴일 근무, 오후 10시 이후 야간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게임 개발회사 등 인수합병 프로젝트 진두지휘=넥슨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이정헌이 넥슨코리아 대표를 맡은 뒤에도 인수합병을 이어갔다. 넥슨코리아는 2018년 4월 PC온라인게임 개발회사 '엔진스튜디오'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엔진스튜디오는 동물에 바탕을 둔 캐릭터와 세계관을 특징으로 하는 PC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수신학원 아르피엘’을 개발했다.

 

넥슨코리아는 2018년 5월 모바일게임 개발회사 넷게임즈를 인수했다. 넥슨코리아는 기존 넷게임즈 지분에 30%를 추가로 인수해 넷게임즈를 연결자회사로 편입했다. 넷게임즈 지분을 모두 48.3%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바른손이엔에이 및 바른손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넷게임즈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인수금액은 1450억 원이었다. 넥슨코리아는 넷게임즈 인수로 넷게임즈 개발력과 ‘오버히트’ 등 모바일게임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게 됐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4월26일 넷게임즈의 새 모바일게임 ‘V4(브이포)’를 세계적으로 배급할 권리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브이포는 고사양 기기를 요구하는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으로 넷게임즈가 개발한 세 번째 게임이다. 2018년 7월 엔미디어플랫폼은 PC방 운영 해법 개발사 십년지기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도 했다. 엔미디어플랫폼은 2016년 6월 넥슨코리아에 인수된 자회사로 PC방 운영에 필요한 해법을 개발한다.

 

◆개발조직 7개 스튜디오 체제 전면 개편= 이정헌은 2018년 4월16일 넥슨코리아의 개발조직을 7개의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바꿨다. 게임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각 조직의 철학과 개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게임 개발을 독려하는 데 목적을 뒀다. 스튜디오는 데브캣스튜디오와 왓스튜디오, 띵소프트, 넥슨지티, 넥슨레드, 불리언게임즈 등이다.

 

데브캣 스튜디오는 ‘마비노기’ ‘마비노기 듀얼’ ‘로드러너원’ 등을 개발한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가 이끌도록 맡겼다. 왓스튜디오는 ‘마비노기 영웅전’ ‘야생의 땅: 듀랑고’ 등을 개발한 이은석 총괄 프로듀서가, 원 스튜디오는 ‘피파온라인’ 시리즈와 ‘삼국지조조전 온라인’ ‘탱고파이브’ 등을 개발한 김희재 총괄  프로듀서가 맡았다.

 

띵소프트는 넥슨에서 개발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정상원 총괄 프로듀서, 넥슨지티는 김명현 총괄 프로듀서, 넥슨레드는 김대훤 총괄 프로듀서, 불리언게임즈는 반승철 총괄 프로듀서가 이끈다. 이정헌은 이때 김현 부사장을 전체 사업총괄로, 박재민 본부장을 모바일사업 총괄로 각각 선임하기도 했다.

 

◆대표 취임 직후 불거진 듀랑고 사태 성공적 극복=이정헌은 2018년 1월24일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정헌이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2018년 1월25일 출시한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가 접속장애와 오류 등으로 말썽을 부리며 이정헌이 게임 관리의 시험대에 올랐다. 듀랑고는 넥슨의 스타 개발자로 불리는 이은석 디렉터가 맡아 5년 동안 준비해온 야심작이다. 사전예약만 250만 명을 넘어서며 기대를 받았다. 사용자들이 공룡시대에서 서로 협동하거나 경쟁하며 가상사회를 만드는 게임이다.

 

듀랑고는 2018년 1월25일 출시일 하루에만 3번 이상 점검을 하며 이용자들로부터 ‘점검의 땅’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정헌은 우선 게임환경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 서버 증설과 게임 내 알고리즘 개선 등에 인력을 투입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초기 미숙한 대처에 듀랑고는 2018년 4월 기준 구글플레이 인기게임 순위에서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났다.

 

◆빅휴즈게임즈 인수...피파온라인3’ 성공=이정헌은 2015년 넥슨코리아의 사업총괄 부사장에 올랐다. 그리고 곧 ‘히트’와 ‘도미네이션즈’ 등 모바일게임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넥슨의 모바일게임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도미네이션즈는 빅휴즈게임즈와 협업으로 만든 모바일게임으로 넥슨코리아는 도미네이션즈가 초반 흥행을 이어가자 빅휴즈게임즈를 인수했다.

 

히트는 넷게임즈에서 만든 모바일 역할수행(RPG)게임으로 출시 초기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등 양대 마켓에서 인기 애플리케이션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엘소드’, ‘다크어벤저’ 등 여러 모바일게임을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정헌은 2012년 넥슨코리아 피파실 실장을 맡아 피파온라인3의 출시를 이끌었다. 피파온라인3는 세계적 게임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의 축구게임 피파(FIFA)시리즈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PC온라인 게임이다.

 

이정헌은 출시 초기 다양한 이벤트로 사용자들을 모았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며 메신저인 카카오톡 이용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피파온라인3 공식 계정과 친구를 맺으면 상품을 주는 등 홍보로 피파온라인3이 2014년 3년 만에 국내 PC방 점유율 10%를 넘기는 성과를 냈다. 박지성과 기성용 선수를 홍보모델로 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전광판에 한글 광고를 내보내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이정헌이었다. 

 

◆코카콜라 등 제휴...캐릭터 마케팅 본격화=이정헌은 강신철 전 넥슨 대표가 네오플로 넘어가면서 함께 넘어가 조종실에서 게임 마케팅업무를 담당했다. 이정헌은 마케팅에 지식재산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국코카콜라와 제휴해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인 도적을 주제로 한 홍차음료 ‘네스티’를 출시하는가 하면 네이버웹툰의 캐릭터를 던전앤파이터 캐릭터로 활용하기도 했다.

 

던전앤파이터를 주로 즐기는 사용자가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PC방에서 쉽게 접하는 코카콜라의 제품이나 학생들이 자주 보는 웹툰을 활용한 셈이다. 휴대폰용 ‘던전앤파이터 귀검사’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귀검사는 출시 초기 하루 25000 건 이상의 내려받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게임회사 안정적 입지 구축...게임시장 호평 이어져=사업실무부터 사업총괄 임원까지 두루 거쳤다.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마케팅에서 실력을 발휘해왔다. 특히 연관이 있는 다른 회사나 인물 등과 협력해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데 성과를 내왔다. 피파온라인3의 홍보를 당시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던 박지성, 기성용 선수 등과 함께 연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넥슨이 모바일게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때 이를 주도했던 만큼 앞으로 모바일게임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정헌은 넥슨이 지금까지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기반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넥슨은 창업 초기때부터 게임개발 프로젝트 단위로 의사결정을 해왔는데 회사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경영진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정헌은 "프로젝트 중심의 문화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며 계속해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프로젝트 중심 경영을 이어갈 뜻을 내보였다.

 

박지원 전 대표가 숫자에 능하고 냉철하고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은데 비해 이정헌은 사람과 조직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입사 14년만에 김정주 NXC 회장과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것이 대표 제안을 받았을 때라고 한다. 이정헌은 당시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옷이 낱낱이 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프로필 

▲2003년 넥슨코리아의 게임기획자 신입사원 입사 ▲2006년 넥슨 퍼블리싱 품질관리팀장 ▲2010년 네오플 조종실 실장 ▲2012년 피파실 실장 ▲2014년 사업본부 본부장 ▲2015년 사업총괄 부사장 승진 ▲2018년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