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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클로즈업]정몽규 HDC그룹 회장, '혁신과 파격의 아이콘' 아시아나항공 품다

정몽규 회장, '왕자의 난' 발발 이후 현대차 떠나
'파격'과 '혁신' 더해 스스로 만든 HDC현대산업개발
일감몰아주기 숙제는 해결해야…공정위 타깃 거론
범(凡) 현대가, 하늘길 연 포니정의 아들 정몽규

[FETV=김현호 기자] 혁신과 파격,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너겸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탁월한 리더십을 겸비하며 한번 재직하기도 어려운 회장을 7번이나 오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HDC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범(凡) 현대가의 하늘길을 열게 만든 주역이다.  

 

현대 가문의 주축 인물인 정몽규 회장이지만 시작은 좋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대리로 입사해 화려한 데뷔전을 시작하며 회장까지 올랐지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알려진 현대가문의 승계문제로 정 회장은 아버지인 故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현대산업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로 새로운 둥지를 트게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건설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정몽규 회장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현대산업개발을 2006년 시공능력 4위까지 끌어올리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파격적인 사도가 결과로 이어진 정몽규의 경영=현대산업개발의 이같은 성공은 정몽규 회장의 혁신을 겸비한 파격적인 시도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해 생산품질과 직원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며 서울시 강남구, 부산 해운대 등 대표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성공적으로 분양하기도 했다. 딱딱한 건설업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건설업계에 전달한 정몽규 회장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먹힌 것이다.

 

정몽규 회장은 그룹의 사업을 건설업으로 국한 시키지 않고 영역을 확장시키기도 했다. 100% 자회사인 호텔HDC를 필두로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파크 하얏트 호텔과 속초 아이파크 콘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HDC신라면세점 법인을 설립해 면세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회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이런 관심은 지난해 ‘한솔오크밸리’ 인수를 통해 그룹의 사업영역을 또 다시 확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솔오크밸리는 골프·스키 사업 중심 리조트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4월 인수했다.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독서토론을 열며 직원들과 소통을 이어갔고 협력업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공로상을 시상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또 선친의 별명인 ‘포니정’의 별칭을 본 따 2005년부터 ‘포니정 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도 벌이고 있다.

 

승승장구 하던 현대산업개발은 2013년 위기가 찾아왔다. 10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적자만 1479억원에 달했다. 정몽규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며 위기의 현대산업개발을 구해내기 위해 앞장섰다. 그는 2015년, 주택시장 개선을 위해 디밸로퍼(종합부동산개발자)를 선언했고 발전플랜트, 인프라사업도 성공 가도를 달리며 노력 끝에 1년 만에 회사를 다시 흑자 전환시키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극복은 여전한 숙제=회사 경영에 대한 부담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해소했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공정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분을 끌어내려 ‘꼼수’ 논란을 자초한 전례가 있다.

 

정몽규 회장은 2014년 내부거래 비중이 65%나 됐던 HDC아이콘트롤스(이하 아이콘트)의 지분을 51% 보유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시행하자 갑자기 29.9%로 지분을 끌어내렸다. 대주주로써 누릴 수 있는 이익은 챙기고 법적 책임은지지 않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아이콘트는 M&E(Mechanic & Electric)를 비롯한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그룹의 건물용 기계·장비 설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상장된 이 기업은 HDC그룹과 정몽규 회장이 각각 28.95%, 28.89%의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공고히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 범위를 상장사 비상장사 모두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까지 거론되고 있어 정몽규 회장의 지분 낮추기가 향후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뉴(New) HDC그룹' 비상 원년=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항공업계 2위 기업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여럿 기업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깜짝 등판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건설업 비중이 높은 그룹의 특성상 항공업 진출을 쉽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면세와 호텔사업까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항공업과의 연계성은 찾기 힘들다. 업계에서도 “굳이 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몽규 회장의 선택에 의아한 반응을 쏟아냈다. 대형 매물이 나와 기대감이 증폭되기도 했지만 HDC현대산업 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최악인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800%를 넘겼고 부채만 9조원이 쌓여있다.  지난해 적자는 3683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무려 6727억원에 달했다. 2020년 흑자를 예상했던 정 회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직면했다. 항공길이 막히고 항공사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여지가 커진 것이다.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한 HDC현대산업개발은 4월까지 인수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 그룹이 갖고 있는 자산을 ‘탈탈 털어’ 투입할 예정이다. 항공업의 부침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 프로필

▲1962년 서울 출생 ▲용산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철학, 정치학, 경제학 석사 ▲1988년 현대자동차 입사 ▲1996년 주식회사 현대자동차 회장 ▲1997년 제5대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 ▲2011년 제9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동아시아축구연맹 회장 ▲2016년 제53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2017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8년 HDC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