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민선 기자]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을 확대해 2~3년내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겠다."(손태승 회장, 1월 지주회사 출범 간담회 중)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손태승(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다음 타킷 기업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자산운용사 2개와 부동산 신탁사, 롯데카드 인수를 확정지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공백을 채워줄 증권사사 인수다. 증권사가 주도하는 투자은행(IB) 관련 사업의 금융지주 이익 기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금융지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중대형 증권사 편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유안타·SK증권 유력 후보 거론
우선 삼성증권은 삼성그룹이 오래전부터 사업재편을 이유로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돌았다. 실제로 2016년에는 중국 안방보험이나 한국금융지주가 삼성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리은행이 금융지주로 전환하면 삼성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이를 부인했지만, 금융지주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소형 증권사가 아닌 중대형 증권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우리금융과 삼성증권은 제휴를 통해 복합 점포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또 다른 후보인 유안타증권은 최근 인수설이 돌았지만 우리금융지주나 유안타증권 양측 모두 이를 부인했다.유안타증권은 지난 3월 황웨이청 공동대표를 대만 본사로 복귀시키고, 후임으로 궈밍쩡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 기업금융 총괄임원을 선임했다.
황 대표는 대만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을 인수한 2014년 6월부터 4년 7개월 동안 유안타증권 한국지사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이번에 신임 대표를 맡은 궈밍쩡 대표는 유안타벤처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유안타금융지주 법인금융사업 집행장 등을 역임하며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매각작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유안타증권의 최근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안타증권은 현재 자기자본을 1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2조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9%와 48.1% 늘었다. 신용등급도 지난해 'A+등급'까지 상향조정됐다.
다만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유안타증권은 맞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중대형급 증권사는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해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금융은 내년에는 출자여력이 7조원으로 불어나 중대형 증권사 인수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처럼 지분 투자로 올해안에 M&A를 성사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손 회장은 증권사의 경우 올해 내 인수가 힘들 경우 공동 지분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증권의 재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증권의 경우, 2016년 6월부터 SK그룹의 매각 절차를 거쳐 지난해 7월 사모펀드(PEF) J&W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이후에도 그룹과 증권사는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SK케미칼과 SK실트론의 회사채를 공동대표주관을 맡았고, 사명도 그대로 'SK증권'을 사용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다시 올라서려면 은행, 증권, 보험, 카드는 기본 라인업”이라면서 “우리금융의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시도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 후 추가 인수
자회사인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한 뒤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덩치을 키우는 가능성도 남아있다. 우리금융의 핵심자회사인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에 겸영 업무 인가를 신청한 뒤 우리종금과 연계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연계업무의 경우 증권사의 시너지가 큰 상황이고, 여기에다 당장 증권사 인수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향후 증권업계에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경우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해 증권 등의 비은행 계열사 확충이 필요한 우리금융이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증권사 규모에 상관없이 매매위탁 수수료 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으나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벌어지고 과거와 같은 사업구조로는 성장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M&A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