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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검찰, '삼바수사' 이재용 정조준···안테나 바짝 세운 삼성

삼성 임직원 9명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검찰, 강도 높은 수사로 이 부회장 수사망 좁혀와
“이 같은 증거인멸 사례 이례적”

 

[FETV=박광원 기자]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에 관련 의혹이 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사장을 소환하며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로 김모(54)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과 박모(54)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증거은닉교사)를 받는다. 수사결과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는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지분매입',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삭제하는 등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가 회사 공용서버를 공장 마룻바닥이나 직원 집에 숨긴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같은 대대적인 증거인멸 과정이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날 정현호(59)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불러 17시간 넘게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이자 최측근으로 통한다. ‘삼성의 사실상 2인자’로 평가받는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이 부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사장을 상대로 작년 5월 삼성 수뇌부가 세운 증거인멸 계획과 이후 실행 과정에 얼마나 가담했는지 캐물었지만, 정 사장은 현재까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업지원티에프 업무를 총괄하는 정 사장이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서 벌어진 증거은폐와 얼마나 관련됐는지 주력하고있다.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도 낙관하는 분위기다. 정 사장 직속 부하인 백상현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상무 등 삼성 임직원 8명이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됐고, 일부는 기소까지 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까지 광범위하고 강도 높게 이뤄진 증거인멸이 적발된 사례가 없었다”며 “증거인멸 수사 자체가 추가 증거인멸 범행을 막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사장을 구속한 뒤에도 이번 사건의 핵심인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와 대법원 선고를 앞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관한 불법성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또 정 사장이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삼성바이오 지분매입티에프’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도 수사의 핵심 포인트다. 정 사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내용은 이 부회장에게 다시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10일 이 부회장이 그룹 수뇌부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집무실이었던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으로 불러,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 등을 논의했다는 정황을 입수했다. 또 검찰은 5월5일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임원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삼성바이오 증거인멸을 결정한뒤 승지원 회의 때 이런 내용을 이 부회장도 공유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당시 회의는 삼성바이오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판매 현황과 의약품 개발과 같은 중장기 사업 추진 내용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 증거인멸이나 회계 이슈를 논의한 회의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구속된 이후 마치 삼성전자가 분식회계를 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검찰이 제기한 의혹과 삼성전자간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