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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직 내려놓는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그림자 경영’ 본격화?

이사회 의장·이사직은 유지…책임 줄고 지배력 여전
3년간 배당·자사주 꾸준히 증가…오너 '실속 챙기기' 논란

[FETV=박민석 기자] 20년 가까이 신영증권을 이끌어온 원종석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원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과 등기이사 자리는 그대로 유지해 사실상 ‘그림자 경영’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직 내려놓는 원 회장, 책무구조도 도입 앞둔 선제조치?

 

13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금정호 IB 총괄 부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기존에 대표이사직을 맡던 원 회장이 물러나면서, 금 부사장은 황선엽 WM부문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 체제를 갖추게 된다.

 

1961년생인 원 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이사회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사측은 원 회장의 대표직 사퇴 이유에 대해선 개인 사유이기에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선 다음달 시행되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성격의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책무구조도 운영현황'을 공개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이 겸직할 경우, 감독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책무구조도 시범사업에 참여한 27개 증권·운용사 중 11개사(40.7%)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감원은 "겸직 유지시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신영증권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지 않아 시범사업 대상은 아니였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신영증권도 이를 제출해야하기에, 이사회 의장과 대표직을 겸임하던 원 회장이 선제적으로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대표직을 내려놨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원 회장이 책무구조도의 ‘양벌 규정’ 회피를 노린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상 법인에서 일어난 일부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의 경우 대표이사도 함께 처벌 받을 수 있어,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자사주 53% 쥔 신영증권…원 회장 이사·주총서 지배력 ‘여전’

 

원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지배력 구조만 놓고 보면 대표직 유무와 상관없이 회사 전체를 쥐고 흔드는 구조다. 지난 3월말 기준 원 회장은 본인 지분 8.14%에 최대주주인 원국희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보통주 지분을 포함하면 총 20.58%를 보유하고 있고, 사측 보유 자사주는 무려 53%에 달한다. 결국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거의 없어 사실상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이 모두 원 회장에게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정권 교체 이후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강조하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신영증권과 원 회장의 계산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자사주 의무소각’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4월 개인 SNS를 통해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과 함께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 기업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신증권의 '2025년 주주총회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예정금액은 약 11조2000억원으로, 지난 2023년(4조원)의 3배로 늘어났다. 반면 신영증권은 최근 10년간 자사주를 임원 성과급으로는 지급했으나, 소각한 이력은 전무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배주주 지분이 낮은 기업들은 자사주로 의결권을 차단하거나 성과급으로 지급해 지배력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정부의 자사주 소각 압박과 법 개정이 된다면 자사주를 지배력 수단으로 삼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자사주 소각 요구하는데..오너 배불리는 '감액배당' 외치는 신영證

 

이처럼 정부에서 자사주 소각을 독려하고 있으나, 신영증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고 이 대신에 배당을 확대해 주주환원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신영증권의 올해 주당 배당금은 5000원으로 2022년 4000원 대비 1000원(25%)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실적은 줄었음에도 오히려 주당 배당금은 늘렸다. 같은 기간 신영증권이 보유한 자사주도 52.67%에서 53%까지 늘어났다. 

 

 

다만 배당을 늘리게 되면, 모든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긴하나 대주주인 원 회장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재원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원 회장은 꾸준히 장내 지분 매입과 성과급, 전환우선주(CPS) 등으로 지분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12일 공시된 2024년 신영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 회장이 기초 보유한 보통주는 100만5594주에서 기말 133만7959주로, 1년새 33만2365주가 늘었다. 이는 원 회장이 보유중이던 CPS 29만8623주가 전환청구기간이 만료되면서 보통주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특히 올해부터 신영증권은 배당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는 '감액배당'을 실시한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이나 이익준비금과 같은 상법상의 준비금을 감액한 뒤 그 재원으로 주주에게 배당을 실시하는 방식인데, 영업활동이 아닌 자본을 줄여 배당을 지급하는 건이기에, 최대 49.5%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세금이 붙지 않는다. 

 

이에 올해 원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지분에 따라 받게 될 배당액은 67억원인데, 이 중 일부는 세금을 부과 받지 않기에 원 회장이 장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재원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감액배당은 표면적으로는 모든 주주들을 위한 것이지만, 현재 도입한 증권사들은 대다수 오너일가가 있는 기업들"이라며 "밸류업을 명분으로 감액배당이 오너 지배력 강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