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IPO 시장에서 주관사의 책임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당국이 기관투자자의 장기투자를 독려하면서, 주관 건수와 공모액뿐 아니라 상장 이후 장기 수익률이 주관사의 새로운 역량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FETV는 최근 3년간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을 기준으로 성공적인 IPO 사례를 분석하고, 주관사의 전략과 역할 등 성패를 가른 핵심 요인을 집중 조명해 본다. |
[FETV=박민석 기자] 단기투자를 막기 위한 제도 도입을 앞두고, 주관 기업에 대한 장기수익률이 IPO(기업공개) 주관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금액과 물량이 주관사의 수익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투자자 보호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장기수익률 또한 무시할 수 없어진 셈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한 기업(스펙·합병 제외) 148건 중, 공모가 대비 3년 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53곳(35.8%)에 그쳤다. 이 중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종가가 상승한 기업이 81.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주관사의 핵심 역할로 ▲기업 선정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투자자 소통 등 세 가지를 꼽는다. 특히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고, 투자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기업 선정’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IPO 과정에서 주관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우수한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라며 “이는 곧 부실기업을 피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게이트키퍼’ 역할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사의 장기 수익률은 주관사의 기업 선정 역량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3년 수익률 TOP10, 한투증권 ‘최다’…하위권 절반은 미래에셋
19일 기준, IPO 이후 3년간 주가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이 공동 주관한 로봇제조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로, 해당 기간 1541% 상승했다. 이어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주관한 K뷰티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가 707%로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유일로보틱스(428%), 석영에이티(428%), 엠로(426%)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
![IPO 3년 후 공모가 대비 수익률 상위 TOP10 [자료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1/art_17476252385248_00f762.png)
특히 상위 10개 기업 중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한 기업이 4곳(유일로보틱스, 석영에이티, 엠로, 인카금융서비스)으로 가장 많았다. 대신증권(2곳), 미래에셋증권(2곳), 삼성증권(2곳) 등도 상장 후 3년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을 주관했다.
반면, IPO 이후 3년간 주가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종목은 대신증권과 KB증권이 주관한 면역세포치료제 기업 바이젠셀(-84.3%)이었다. 또 퀸타매트릭스(-81.06%), 젠큐릭스(-80.34%), 나래나토텍(-80%), 네오이뮨텍(-77.87%), 앱코(-76.95%) 등 수익률 하위 10개 종목 중 5곳은 미래에셋증권이 단독 또는 공동 주관한 기업이었다.
![IPO 3년 후 공모가 대비 수익률 하위 TOP10 [자료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1/art_1747625282011_de422c.png)
이 실장은 “장기 수익률은 IPO 이후 시장 상황과 산업 트렌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면서도, “장기 수익률이 낮은 종목을 다수 주관했다면, 주관사가 부실기업에 대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투자 강조 기조…‘장기수익률’, 주관사 역량 지표로 부상
아직까지 장기 수익률은 주관사의 역량을 평가하는 주된 기준은 아니다. 여전히 인수 금액과 물량에 따라 수수료가 산정되기 때문에, 주관사 입장에서 장기 수익률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IPO 기관투자자 락업(의무보유확약) 비중을 확대하고,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장기 투자를 독려하고 있어, 장기 수익률이 주관사의 투자자 보호와 기업 선정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 수익률이 주관사 선정의 주된 기준은 아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관사의 밸류에이션 적정성과 장기 성장성,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