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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도전 그 이후] LG유플러스, ‘화물잇고’ 실패 접고 AI로…허공에 날아간 1500억의 꿈

3월 정기주총서 철수 공식화...조직 해체, 임원 재배치
신사업 전환가속...협업·AI 데이터센터 구축·ixi-O 출시

[편집자주]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신사업을 진행하며 이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FETV는 기업들이 어떤 시행착오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사례들도 함께 보고자 한다.

 

[FETV=나연지 기자]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야심차게 밀어붙인 디지털 물류 실험 ‘화물잇고’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3년 내 1500억원 매출 목표를 내세우며 시작된 사업은 성과 없이 종료됐다. 실무 책임자였던 임원들은 타 부서로 이동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기점으로 AI·클라우드 중심의 신사업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철수가 공식화됐다.

 

‘화물잇고’는 2023년 10월 LG유플러스가 선보인 디지털 물류 중개 플랫폼이다. 화물 운송 주선사와 차주를 연결해 접수, 배차, 관제, 정산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구조였다. 애자일 조직인 ‘로지스틱스플랫폼스쿼드’가 전담했고, PO는 오동혁 책임이 맡았다. 당시는 SK텔레콤·KT보다 빠른 ‘로지스틱스 선점’을 내세우며, “신사업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대표의 의지가 강조됐다.

 

 

출시 당시 회사는 3년 내 1500억원 매출이 목표였다. 신한카드와 제휴한 정산 시스템, 차주용 전용 내비게이션, 실시간 배차 관리 기능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평균 한 달 소요되던 화물 정산을 1일로 줄인 점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전국화물24시콜, 원콜, 화물맨 등 기존 플랫폼 3사가 90% 이상을 점유한 상황에서 신규 진입은 제한적이었다. 기존 서비스들이 회비 기반에 수수료가 없는 구조인 반면, 화물잇고는 뚜렷한 이탈 유인을 만들지 못했다. 유입은 정체됐고, 수익화 모델도 실패로 돌아갔다.

 

2024년 11월 LG유플러스는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2025년 1월 19일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주총 보고서에 따라 사업 폐기가 공식화됐고, 관련 TF는 해산됐다. 이와 함께 실무 책임자급 인사의 이동이 이어졌다.

 

당시 스마트모빌리티사업을 총괄하던 강종오 상무는 기업서비스개발Lab장으로 이동했고, 개발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오동혁 책임 역시 기존 조직을 떠났다. 기업신사업그룹장을 맡았던 임장혁 전무는 기업고객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LG유플러스는 실패를 정리하자마자 곧장 방향을 틀었다. 2025년 3월 AWS와 손잡고 ‘AI 트랜스포메이션 얼라이언스를 출범했고, 경기도 파주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해당 시설은 2027년 완공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자체 AI 에이전트 ‘ixi-O’에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Gemini’를 탑재하고 글로벌 B2B 시장 진출도 병행 중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약 3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GST 등과 함께 서버 냉각 시스템도 공동 개발 중이다. 해당 기술은 올해 MWC 2025에서 공개 예정이다.

 

화물잇고는 결국 허공으로 사라졌지만 그 뒤에는 방향을 틀고 다시 시작한 AI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주총을 통해 사업 철수가 공식 보고됐다. 임원 인사 이동과 조직 재편은 뼈아팠지만, 전환의 흔적으로 남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실패를 길게 끌지 않고 곧바로 AI와 클라우드라는 실체 있는 분야로 전략을 틀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