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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방은행, 시중은행 공세에 안마당까지 뺏기나

 

"상반기에 시중은행과 경쟁 압력으로 기업고객이 많이 이탈하면서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대출금리를 낮추며 방어했지만 1조원이 넘는 이탈이 있었다." 권재중 BNK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지난달 31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있는 지방은행들의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지방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면서 지방은행의 경쟁력은 더욱 압박받고 있다. 

 

실제 4대 지방은행(부산·경남·광주·전북)의 지난 6월말 기준 원화대출금 총 잔액은 139조43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38조3450억원)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0.6%, 0.3%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원화대출금 총 잔액은 1292조4268억원으로 지난해 말(1233억원402억원)으로 4.8% 증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고르게 성장했다.

 

지방은행들의 부진은 시중은행 간의 치열한 영업 경쟁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시중은행들이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기업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분기 기업대출 금리 평균은 5.065%로 집계됐다. 반면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금리 평균은 5.599%로 0.5%포인트(p) 가량 높았다. 

 

지방은행들이 지역 거점에 집중하고 있는 전략이 오히려 한계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들은 지방은행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시중은행이 지역 지자체 금고를 낙찰받은 비율이 90%를 넘은 반면 지방은행의 낙찰률은 50%도 못 미쳤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은행이 지역 내에서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 전환은 지역 기반 은행이 한계를 극복하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고객유치 등 여러 이점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5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 iM뱅크는 디지털 경쟁력 등에 중점 둔 조직개편을 단행, 디지털 영업을 고도화한 '하이브리드 뱅크'로 기존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차별화에 나선다. iM뱅크의 성과는 지방은행들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생존을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